[총선 D-13] 선거운동 첫날…청와대는 총선에 '거리두기'

문 대통령 '코로나 대응 집중' 주문…"오해 살라" 참모들 언급 삼가
선거영향 우려 청원글도 비공개…물밑선 결과에 촉각 곤두세울듯
청와대는 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2일 선거 관련 메시지를 삼간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국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비상한 각오로 안전한 투표 환경 조성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 및 청와대 참모들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등 철저히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총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총선에 대해서는 최근에 (정무수석실을 향해) 언급한 것 이상 다른 메시지는 없다"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정무수석실에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다른 업무 말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및 경제 어려움 극복에 전념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만큼 청와대 모든 참모가 이를 극복하는 데에만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이런 지시에는 청와대가 섣부르게 총선에 대한 업무에 손을 댈 경우 자칫 '중립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에 뿌리를 둔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두 정당이 마치 '적자경쟁'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청와대발(發) 총선 메시지가 나올 경우 진영논리에 따라 곡해되며 선거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며 "정치권에서 '친문' 등의 용어를 써가며 경쟁하고 있는 점은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청와대는 선거운동 기간에는 국민청원 가운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게시글의 경우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총선에 '선 긋기'를 하고 있지만, 참모들은 물밑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차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변수를 맞닥뜨린 문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 활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총선에서 범여권의 승패에 따라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설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는 참모들의 눈과 귀는 당분간 총선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