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美·日 의료시스템도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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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확진자 100만명 육박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90만 명을 훌쩍 넘어 100만 명에 육박했다. 확진자 속출로 유럽에 이어 미국과 일본도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의료진 보호장구가 바닥나면서 의료진 감염·격리→일반 환자 치료 지연→사망자 폭증의 악순환에 빠졌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례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의료장비 확보 전쟁에 들어갔다.
의료진 보호장구 부족→의사·간호사 감염
→환자 치료 지연→사망자 폭증 '악몽'
세계 보호장구 공급망 붕괴미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연방정부가 비상용으로 비축해놨던 의료용 마스크와 가운, 장갑 등 보호장구의 재고가 거의 소진됐다고 국토안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코로나19가 미 전역에 창궐하면서 개인보호장구(PPE)가 당장 전국적인 문제가 됐다”며 “병원 관계자들과 주지사들이 저마다 PPE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의료진은 밀려드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PPE 공급망이 붕괴했으며 가격 폭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제지 포브스는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2억80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해 대부분 수출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마스크 대란 속에서 더 비싼 값을 주고 마스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태국 등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들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의료장비를 줄 테니 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물자 구매 예산을 160억달러(약 20조원) 동원해 의료장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1160만여 개의 N95(한국의 KF94에 해당) 마스크와 2200만 개의 장갑, 8100개의 인공호흡기를 배분했지만 일선 현장은 아우성이다. UCLA 병원 간호사들은 지난달 30일 의료 장비 부족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촛불집회까지 열었다. 이들은 마스크와 가운, 안면 보호대는 물론이고 소독용 물티슈마저 부족해 전국의 간호사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면서 연방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진 대량 감염으로 사망 급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선 병원 내 감염이 속출해 전국적 감염 확산 이전에 의료시스템이 먼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일본의 하루 기준 최다인 26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는 총 3207명이 됐다.
병상 수 400개 규모의 종합병원인 도쿄 에이주소고병원에선 지난달 23일 입원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의료진과 환자 중에서 100명 넘는 감염자가 나왔다. 또 오이타 국립의료센터에선 의료진 환자 등 24명의 집단 감염이 나타났다.일본의사회는 일부 지역에서 병상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의료위기 상황을 선언하고, 정부에는 전염병 긴급사태를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긴급사태 상황에선 토지 및 건물의 임시 의료시설 수용, 긴급 물자 수송 지시 등이 가능해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마스크 품귀를 해소하기 위한 당장의 대책으로 전국의 모든 가구에 재사용이 가능한 천 마스크 2장씩을 우편 배송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본 네티즌은 “3인 가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유독 많이 나온 이유 중 하나로 보호장비 부족에 따른 의료진 감염을 꼽는다. 지난달 30일 기준 이탈리아 확진자 중 9%, 스페인은 12%가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이었다. 알다 레카스 마드리드간호사협회 회장은 “의료진이 감염으로 격리되면 남은 인력의 부담이 커져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어렵다”며 “보호장구가 워낙 부족해 실제 의료진 감염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이탈리아 12%, 스페인 9%로 글로벌 평균인 5%를 크게 웃돈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일 현재 전 세계에서 93만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4만7000여 명이 사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