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스페인 코로나19 확산세 꺾이나…당국 "정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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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 봉쇄조치는 잇달아 부활절 이후로 연장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일제히 10만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는 1만3000여명을 넘었고, 스페인에서도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규모 줄어든 데 따른 착시현상” 지적도
英 윔블던 테니스대회, 2차 세계대전 후 첫 취소
다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최근 일주일새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력한 봉쇄조치가 본격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검사 규모가 줄어든 데서 비롯된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일(한국시간) 오전 4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2만1020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4만6155명이다. 미국 누적 확진자는 20만7535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날 하루새 1만9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체 누적 확진자 기준으로 이탈리아(11만574명)와 스페인(10만2136명)을 훨씬 웃돈다. 이어 △중국(8만1554명) △독일(7만6544명) △프랑스(5만6989명) △이란(4만7593명) △영국(2만9474명) 등의 순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의 누적 확진자가 11만574명으로, 전날보다 4782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흘 연속 4000명대 신규 확진자 증가 추이를 유지하는 등 최근 며칠새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727명 증가한 1만3155명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실비오 브루사페로 소장은 “최근 신규 확진자 증가 곡선은 우리가 정체기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확산세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ISS는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분야 최고 전문기관이다. 방역을 총괄하는 시민보호청의 안젤로 보렐리 청장도 “코로나19 발병이 정점에 다다랐다”며 “그래프 곡선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스페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 기준 10만2136명이다. 이탈리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는 9053명으로, 하루만에 864명 증가했다. 하루 기준 사망자 수는 스페인 보건당국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수치다.
다만 스페인 보건당국은 코로나19사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질병통제국장은 이날 진행된 화상화의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 수와 중환자병상 환자 수가 줄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시몬 국장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중이다.
다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신규 확진자 증가가 하향 추세로 접어든 것이 코로나19 검사를 적게 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며칠새 이탈리아는 코로나19 검사를 역대 최소 규모로 진행했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은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에서 대규모 검사가 실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국이 공개하는 확진자 수치가 전체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이달 3일까지로 예정된 주민 이동금지령과 휴교령 및 사업장 폐쇄령도 부활절 주간이 끝나는 오는 13일까지 연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롬바르디아주 등 북부 지역에 집중된 코로나19가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방정부 재정과 의료시스템이 열악한 남부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도 이날 하루동안 이동금지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27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달리 연일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는 영국에선 윔블던 테니스 대회와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대형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세계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 대회는 당초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런던 윔블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윔블던 대회가 취소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매년 8월 열리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프린지 페스티벌도 전면 취소됐다.
독일 정부도 당초 5일로 예정된 접촉제한 조치를 오는 1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아직 감염 관리가 원하는 수준에 많이 미치지 못해 접촉 제한 조치를 끝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독일은 공공시설 및 종교시설의 운영을 금지하고 있고, 음식점과 상점 운영도 제한하고 있다. 가족을 제외하고 야외에선 2인을 초과하는 만남도 불가능하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