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빅5’ 은행, 금융당국 압박에 배당·보너스 지급 중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에 이어 영국 대형은행들도 올해 주주 배당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에 대한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현금을 쌓아 경제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바클레이스, 로이즈,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자산 규모 기준으로 영국 ‘빅5’ 대형은행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올해 남은 배당금 지급을 중지하고, 별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바클레이스는 당장 오는 3일 지급할 계획이었던 10억3000만 파운드(약 1조5600억원) 규모의 배당 지급을 중단했다.5개 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에 대한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자사주 매입(바이백)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 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겠다는 것이 이들 은행의 설명이다.

영국 금융당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영국은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사진) 산하에 건전성감독원(PRA)을 두고 있다. PRA는 한국의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이 빠진 기구다. 소비자보호 기능은 금융행위감독청(FCA)이 별도로 맡고 있다.

앞서 PRA는 이들 은행에 보낸 서한에서 배당금 취소 등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감독 권한을 이용해 이를 강제하겠다고 경고했다. PRA는 “이번 조치는 주주들로부터 배당을 빼앗는 것이지만 자본을 아끼기 위한 합리적인 예방조치”라고 강조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금융당국 압박에 대해 은행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며 “HSBC 일부 주주들은 본사를 런던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1865년 홍콩에서 설립된 HSBC는 1991년 런던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HSBC가 주주 배당을 보류한 건 1946년 이래 처음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 은행들을 대상으로 오는 10월 1일까지 배당금 지급과 바이백을 금지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대출해줄 수 있도록 현금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 ECB의 설명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