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 2년째 '순이익 1000억' 금자탑…지역 넘어 세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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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은행' 청사진은전북은행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엔 109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데 이은 겹경사다. 전북은행은 올해도 안정적인 순이익을 내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임용택 전북은행장(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100년 은행’으로 가는 경영전략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원 다각화 전략 돋보여전북은행은 중요 경영전략으로 수익원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은행이 2016년 8월 인수한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지방은행이 해외 은행을 인수한 첫 사례다. 프놈펜상업은행의 2016년 순이익은 39억원에 불과했다. 전북은행이 인수한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순이익은 2017년 126억원, 2018년 147억원, 2019년 207억원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엔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최근 3년 새 캄보디아 내 상업은행이 10여 개 증가하며 경쟁이 심해진 상황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 은행이 빠르게 성장한 요인으로는 현지화 전략과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꼽힌다. 프놈펜상업은행은 캄보디아에서 중국인과 일본인 등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특성을 감안해 주요 지점에서 ‘외국인 전용창구’를 운영 중이다. 중국인과 일본인 직원을 배치해 원어민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골드클럽’이란 이름으로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캄보디아 현지인을 위한 모바일 채널을 개발하고, 기업금융 인터넷뱅킹을 출시하기도 했다.디지털 강화 나선다전북은행은 국내에선 디지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 고삐를 조이기로 했다. 임 행장은 “금융회사 곳곳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며 “시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역적 한계가 있는 전북은행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전북은행은 ‘BDT(비즈니스 디지털 전환)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내부 디지털 업무 체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조직문화 전반을 디지털화하겠다는 목표다. 상품 기획과 리스크 관리,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6월엔 개인 간 거래(P2P) 금융회사인 피플펀드와 손잡고 국내 은행 최초로 ‘은행 통합형 P2P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은행 통합형 P2P는 정산과 대출 취급, 투자금 관리 등 돈이 오가는 행위는 은행이 처리하고,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거나 신용도를 평가하는 운영업무는 P2P금융업체가 맡는 형태다. 피플펀드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전북은행으로 보내면 전북은행이 대출을 내주는 구조다.전북은행은 이후에도 여러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 협력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했다. 페이게이트(소액 외화 송금업), 비바리퍼블리카(간편 송금 서비스), 위닝아이(손바닥 인증) 등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우정사업본부와 공동으로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에도 나섰다.
올해는 빅데이터, 핀테크,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을 적극 활용한 질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기로 했다. 디지털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등 관련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꾸준히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착 영업도 확대밀착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허브앤드스포크(hub&spoke)’ 체계를 확대 시행하는 것도 전북은행의 특징이다. 기업대출이나 자산관리는 허브(거점) 영업점이 맡고, 스포크(소형) 점포에선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집중하는 형태다. 수도권에서도 ‘전북은행’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전북은행이 운영하는 지점 90곳 중 15곳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소형 점포다.
기업고객을 주로 공략하는 다른 지방은행과 다른 점이다. 전북은행은 2016년 지방은행 최초로 소형 점포를 수도권에 마련해 개인 고객을 공략하는 데도 힘써왔다. 전북은행 핵심 지역 기반인 호남은 기업 수가 적은 데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영업채널과 상품을 선보이면서 밀착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