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해도 20여년 세계화 후퇴 불가피

BBC 진단…'팬데믹 원흉은 세계화' 공감대
"공급사슬 파괴위험에 생산기지 본국회귀 가속"
"고립주의 확산에 교육·관광 등 국제교류업 위축"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병한 후 약 3개월 만에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금융 불안과 대량 실업 등 코로나발 경제위기도 곳곳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보건, 경제 위기가 석 달 남짓한 기간에 이처럼 지구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여년 간 진행돼온 세계화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람과 물자 간 자유로운 교류가 핵심 가치인 세계화의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을 진단했다.BBC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그토록 즉각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세계화로 인해 국가들끼리 전례가 없을 만큼 서로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아타 야보르치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 경제학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가 발생한 2003년에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4%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그 4배인 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 세계에 그만큼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중국의 영향력과 국제 교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으로 비화하기 쉬웠다는 얘기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세계화 전문가인 이언 골딘 교수는 "세계화로 각종 리스크(위험 요소)가 증폭됐다.

리스크야말로 세계화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이번 사태 이후 보호주의가 부상하는 등 세계화 반대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경영대학원(LBS)의 리처드 포르테스 경제학 교수는 무역 부문을 사례로 제시하며 "코로나19로 공급사슬이 훼손되자, 사람들은 더 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국내 공급자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그렇게 인식하게 된 리스크 때문에 국내 공급자를 찾으면 그 공급자들에게 계속 붙어있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보르치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서방의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겨오는 '리쇼어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리쇼어링은 확실성을 가져온다"며 "국가의 무역 정책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공급자를 다변화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고립주의 움직임은 교육과 관광 등 서비스 분야에 타격을 주는 역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이들 산업은 사람과 정보의 활발한 교류를 토대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억압은 매년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며 세계 곳곳의 학교로 가는 유학생들과 부유한 관광객들의 유입을 줄여 이들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BBC는 세계화 흐름의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세계화의 위험 요소를 각국이 인지하고 이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국제 공조가 필수지만, 현재 국제사회에는 이럴 때 필요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포르테스 교수는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1조 달러(약 1230조원) 출연이라는 합의 도출을 위해 협력했다"며 "지금은 G20에 리더십이 안 보이며,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