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일수록 '강철 멘탈' 필수…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 찾아야"

서강대 취업지원팀이 전하는'코로나 시대 취업 전략'

회사는 학업 성적 1등 아닌
함께 시너지 낼 인재 원해
이공계는 전공 학점관리 필수
문과생은 인턴십 등 적극 참여
코로나19로 각 대학의 취업센터 운영이 대부분 중단됐다. 상담은 전화나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그래도 다급한 마음에 찾아오는 구직자들과는 대면상담을 진행한다. 지난 4일 서강대 취업지원팀 직원들이 구직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공태윤 기자
지난 2월 중순 남승미 서강대 취업지원팀 과장은 다소 ‘엉뚱한’ 상담전화 한 통을 받았다. “20학번 공대 OO학과 신입생인데 만일 학과에서 1등으로 졸업하면 어느 기업에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조금 당황한 남 과장은 “대입과 달리 취업은 점수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학과 1등을 해도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회사는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지 성적 1등을 뽑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들의 취업 프로그램이 셧다운됐지만 서강대 취업지원팀은 온라인·전화 상담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일 서강대 취업지원팀은 온라인 취업상담 프로그램 ‘서강취리텔’을 기획해 이날 두 차례 나눠 유튜브로 방송했다. 오전에는 ‘진로 설정 망하는 10가지 사례’에 대해 새내기 신입생을 위한 방송을 했고, 오후에는 현재 채용 중인 ‘SK그룹의 자기소개서 작성성 팁’을 내보냈다.서강취리텔은 서강대 취업지원팀이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재학생들을 위해 만든 실시간 채팅 기반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다. 2017년 9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취업 선배와의 토크 △이공계생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법 △영문이력서 달인 되기 등 60여 편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송은경 취업지원팀장, 최성욱 과장, 남승미 과장, 강대성 과장 등을 인터뷰했다. 네 명의 취업상담 경력을 합하면 20년이 넘는다.

▷입학도 안 한 새내기들인데 접속자가 있었나.

“코로나19로 입학식을 안 했는데 오전 접속자가 170여 명에 달했다. 올초 교육부가 발표한 서강대 취업률이 70.4%인데 10명 중 3명이 취업을 못 한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서강대생들이 원하는 취업처는 어디인가.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이 3년 전부터 많아졌다. 특이한 것은 이공계생도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자 ‘안정성’ 높은 곳으로 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기업 채용 규모를 늘린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취업 상담을 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학생도 많을 것 같다.“취업 준비만 3년을 한 김모씨는 포스코에 입사했다. 오랜 취준 생활에도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흔들림 없는 ‘멘탈’을 유지한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았던 친구다. ‘잡카페 죽돌이(취업잡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는 취준생을 이르는 말)’도 기억난다. 장교 출신이었는데 처음엔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오뚝이처럼 일어나고 또 일어나 모든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더니 현대오일뱅크에 합격하더라. 결국 좋은 결과를 낸 친구들은 조바심을 안 내고 긍정성을 유지한 이들이었다.”

서강대 취업지원팀의 창고에는 티슈 상자가 가득하다. 상담실 곳곳에도 휴지를 볼 수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송 팀장은 “상담을 하다 보면 연이은 취업 실패로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며 “휴지가 모자랄 때가 많아 아예 택배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우울감이 심한 구직자는 학생 생활상담소로 연결해 상담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년마다 상담 내용도 다를 것 같다.“1학년들은 ‘지금 뭐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많다. 이들에게는 대학생활을 마음껏 즐기라고 한다. 동아리 활동, 연애도 해보고, 술도 마셔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진로를 고민하는 2~3학년에게는 로드맵을 함께 짜주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목표 직무를 좁혀가도록 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취업을 앞둔 4학년에게는 자기소개서 작성, 계열사 선택법,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무매칭법 등을 알려준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나, 잘하는 일을 찾아야 하나.

“최근 대기업 입사자들의 이직률이 30%를 넘는다고 한다. 회사는 ‘일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 따라서 구직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전공별 취업 전략도 다르게 조언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이공계생은 전공이 중요하다. 여기서 전공은 학점관리다. 앞으로 일하고 싶은 산업과 직무를 정했으면 그에 맞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꼭 참여해야 한다. 공정설계, 품질·생산관리 직무에 관심 있다면 기업 탐방도 필수다. 이 밖에 랩실, 학부연구생 참여 등도 적극 추천한다. 순수과학 전공자라면 저학년 때 진로 선택을 빨리해야 한다. 복수전공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과생들은 대외활동,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직무적성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 분야별로 전략도 다를 텐데.

“공기업은 가고자 하는 기업을 선택한 뒤 △서포터즈 활동 △가산점 취득(한국사, 컴퓨터, 기술자격증 등) △전공시험·NCS(직업기초능력) 평가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사업장이 전국에 있는 공기업은 연고지가 없는 곳에 갈 확률도 높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 취업은 어떤 사람이 적합한가.

“외국계 기업은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맞다. 이력서라 불리는 레쥬메, 커버레터가 자율형식이다. 본인 스스로를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 면접도 5~6차례 있기에 스스로 직무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영어 실력은 수단일 뿐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일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인터뷰를 끝내면서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안타까운 부분은 뭔가’라고 물었다. 최 과장은 “대학 시절은 사회, 삶 그리고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인데 취업 문제 때문에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게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은 정답 없는 길을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찾는 과정인데 입시 컨설팅을 받은 세대여서 그런지 취업에서도 어떤 기업을 가라고 지정해 주길 바라는 것 같아 당황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