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초등학교 신설 확정 길음1구역…코로나에도 신축 센터피스·클라시아 올랐다

현장 레이더

교육청·성북구청 설립 MOU
10차선 도로 건너지 않고 통학

미아리텍사스 개발 계획 확정
센터피스 59㎡ 9.85억 신고가
“길음1구역의 숙원이던 초등학교 신설이 확정된 건 큰 호재입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10차로를 건너지 않고 도보로 통학할 수 있게 되니까요.”(길음 M공인 관계자)

서울 길음뉴타운의 마지막 사업지인 길음1재정비촉진구역은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길음센터피스(2352가구)와 2022년 1월 집들이를 하는 롯데캐슬클라시아(2029가구) 등 대규모 신축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과거 성매매업소 밀집지 ‘미아리 텍사스촌’이 있는 인근 신월곡1구역 재개발도 사실상 확정됐다. 여기에 초등학교까지 새로 들어서게 돼 주거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숙원이던 초등학교 신설 결정

롯데캐슬클라시아 등 길음1구역 입주민 자녀는 대부분 숭곡초교를 배정받는다. 길음1구역에서 숭곡초까지 가려면 10차로인 종암로 등을 건너야 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이 많았다. 교통과 개발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길음1구역의 큰 약점으로 꼽혔다.
서울 길음1구역의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아래는 초등학교 설립을 환영하는 현수막. 정연일 기자
성북구는 2008년부터 여러 차례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서울교육청이 예산과 인근 가구 수 부족 등을 문제 삼아 학교용지 확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과 성북구청은 길음1구역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지난달 23일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성북구가 이 지역 내 공공용지를 학교용지로 전환하는 데 협조하기 위해 서울교육청에 무상으로 토지를 기부하기로 했다. 초등학교에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돌봄시설, 체육시설 등도 설치한다.길음 M공인 관계자는 “초등학교 신설 소식이 전해진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인근 아파트 매매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집을 팔려고 내놨던 집주인 일부는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1일 9억8500만원에 매매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른 종전 최고가인 지난 1월의 9억4700만원을 넘어섰다. B공인 관계자는 “1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도 최근 13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며 “부동산 규제 등의 여파로 끊겼던 길음롯데캐슬클라시아 분양권 거래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이곳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래미안길음센터피스와 롯데캐슬클라시아는 95% 이상이 전용 59~84㎡이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이 선호한다”며 “초등학교가 생기면 실거주 수요가 더 많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추가 상승할지는 지켜봐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길음1구역에 초등학교가 들어서는 것은 분명 큰 호재지만 가격에 당장 더 반영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지역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8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6개월 만에 9억원대 후반까지 가격이 올랐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변수다.일부에서는 초등학교 신설도 추진 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구속력이 없는 MOU 단계이기 때문에 초등학교가 설립될지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초등학교 신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인 건 맞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신설과 함께 성매매업소 밀집지가 있는 길음1구역 건너편 신월곡1구역 재개발도 이 지역 부동산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월곡1구역은 지난달 9일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재심의를 통과했다. 올 상반기에 사업시행인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월곡1구역은 지하 6층, 최고 46층 높이 10개 동에 아파트 2200가구와 오피스텔 700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B공인 관계자는 “신월곡1구역이 재개발되면 이 지역은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다”며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조정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