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세 주춤…전국 봄꽃 명소·유원지 오랜만에 활기

마스크 쓰고 거리 두기 지키면서도 봄 정취 만끽

절기상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자 토요일인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틈을 타 전국의 유명산과 유원지마다 상춘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 주 사이 부쩍 늘어난 나들이객들은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봄 정취를 만끽했다.

일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느라 여전히 긴장된 표정이었으나, 만발한 봄꽃의 유혹은 떨쳐내지 못했다.
벚꽃이 만개한 서울 성동구 서울숲 공원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나온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눕거나,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 시민도 보였다.

'휴일 등 집중이용 시간에는 공원 나들이를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이 벚나무 기둥 사이로 걸려 있었지만, 시민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웃 주민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성동구 용답동 주민 정모(67) 씨는 "실내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지만, 야외는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둘 수 있어 나왔다"며 "오랜만에 외출하니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던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말했다. 벚꽃과 유채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 부산 동래구와 연제구 온천천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채꽃이 노랗게 물든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도 외출을 나온 시민들이 봄의 정취를 즐겼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국립공원에는 활짝 핀 벚꽃을 감상하려는 입장객이 오전에만 3천명을 넘어섰다. 등산보다는 벚꽃 구경과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코로나19를 고려해 대부분 마스크는 끼고 있었다.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봄이 무르익어가면서 탐방객이 지난주보다 훨씬 늘었다"고 전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국립공원에도 이날 오전에만 2천500여명의 탐방객이 찾아 법주사와 세심정을 잇는 세조길 등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휴일을 보냈다.

코로나19로 큰 홍역을 치른 대구의 두류공원과 수성못, 신천 주변도 오랜만에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활기를 띠었다.

대구 팔공산, 청송 주왕산 등 유명한 산에도 상춘객이 찾아들었다.

다만 코로나19를 의식해 마스크를 착용한 나들이객들은 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경계했다.

강릉 경포 해변 등은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려는 행락객들이 몰려 주차장이 만원을 이뤘다.

강풍 때문에 많은 행락객이 오랜 시간을 머물지는 못했으나 그동안의 답답함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몽돌로 유명한 울산 북구 정자와 동구 주전 몽동해변에도 모처럼 맑은 봄기운을 느끼려는 가족 단위 시민이 찾아 저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 시원한 바다 경관을 즐겼다.
또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국가정원 내 핫플레이스인 십리대숲에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서거나 부부, 연인끼리 마스크를 끼고 대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휴일의 여유를 느꼈다.

봄 정기세일이 시작되자 백화점을 찾는 시민도 많았다.

이날 정오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내 유명 해외브랜드 매장 앞에는 10여명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1대1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손님이 많다.

현재 대기 손님은 총 46팀"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백화점 입구에서 열 감지 카메라로 방문객 체온을 측정하고, 매장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백화점을 찾은 이용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는 곳도 많았다.

지역 벚꽃 명소인 인천대공원은 이날부터 2주간 폐쇄에 들어간 탓에 시민 발길이 뚝 끊겼다.
원래 인천대공원은 대형 왕벚나무 800여 그루가 심겨 있어 봄철이 되면 하루에만 평균 5만명이 찾는 곳이다.

역시 벚꽃 명소로 알려진 중구 월미도 자유공원도 이날부터 2주간 출입이 통제되면서 인적이 드문 모습이었다.

자유공원에서 이달 열릴 예정이던 벚꽃 축제도 공원 폐쇄와 함께 취소됐다.

벚꽃이 만개한 광주 서구 운천호수공원, 전주 동물원, 정읍천변, 전주천 벚꽃길 역시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으나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전날에만 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제주는 도심 속 공원이나 벚꽃 명소는 조금 활기를 띠었지만, 연동 바오젠거리와 칠성통 등 쇼핑가는 여전히 썰렁했다. (김정진 김철선 변지철 유의주 이영주 이해용 장영은 전창해 정회성 조정호 최영수 최은지 한무선 홍준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