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 여권 '총선은 한일전' 마케팅 기류…내부문서·SNS에 등장

민주, 공식적으론 선 긋지만 홍보매뉴얼에 언급…시민당, 공개 발언

여권 내에서 4·15 총선에서 이른바 '한일전 마케팅'을 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지난해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미래통합당 등이 일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이번 총선에서 '친일세력'을 표로 심판하자는 구도 짜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진보 성향 네티즌을 중심으로는 이 같은 얘기가 일찌감치 회자했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조용한 홍보·차분한 유세'와 함께 다른 당을 비방하는 선거전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공식적으로는 '한일전 마케팅'에 선을 긋고 있다.그러나 총선 홍보전략을 담은 민주당 내부 문건과 민주당과 '한 몸'임을 강조하는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의 공식 발언 등에서는 '한일전 마케팅' 관련 내용이 포착된다.

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민주당의 '21대 총선 전략홍보유세 매뉴얼' 대외비 보고서에는 "우리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한일전'이라 부른다"며 "통합당은 일본 아베 정권을 옹호하며 일본에는 한마디 비판도 못한다.

일본 정부에는 한없이 굴종적이고 우리 정부는 비난하기에만 급급한 통합당을 심판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또한 보고서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 일본 정부 편들기에 바빴다", "박근혜 정권 때 굴욕적인 한일 합의로 일제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등 통합당을 '친일세력'으로 규정할 근거가 제시됐다.

앞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21대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을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시민당 최배근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금은 국내정치로 위장된 한일전이다.시민당은 의병이고 반대편에는 통합당, 기레기, 정치검찰이 있다"(3월 27일), "지난해 7월 초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미명 하의 일본 침략의 연장선"(3월 30일) 등의 발언을 했다.

총선을 '한일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은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여권 지지 성향의 시민단체 '광화문촛불연대'는 '투표로 100년 친일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이란 내용의 현수막을 서울 도심에 내걸었다.

단체 측은 "이번 주 세종대로, 종로 등 도심에 30여장을 달았고, 다음 주가 되면 서울 지역에 100여장이 게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현수막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이 같은 내용으로 투표 참여 권유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한 당원은 "일본과 한목소리를 내는 정당에 지면 안 된다"며 "국회의원을 국산화하자. 한일전은 무조건 이기고 보자"고 주장했다.

다른 당원은 "토착왜구를 우리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비례연합으로 무조건 박살 내자"고 했다.

여권 지지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선은한일전'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리고 있다.

통합당을 '친일파', '매국', '토착왜구' 등의 단어로 비난하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거나 이순신, 김구, 안중근 등의 이미지를 민주당과 연결 짓는 내용의 게시글이 많다.

여권의 '총선은 한일전' 마케팅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고 결집하는 데는 한일관계 만한 이슈가 없다.

젊은 세대나 중도층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도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국회의원 선거인데, 국제관계 문제를 등한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국회의원 선거다운 공약이나 정책 경쟁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