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320조 구제금융 지원 가닥…유로채권은 합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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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400억유로(약 320조34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기금을 활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유로존 공동채권인 이른바 ‘유로코로나채권’ 발행 여부를 놓고는 여전히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오는 7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 수단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연다. 지난달 26일 열린 EU 27개 회원국 간 정상회의에서 2주 안에 강력한 경기부양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데 따른 후속 회의다.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마리우 센테누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최근 EU의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로안정화기금(ESM) 구제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대책을 내놨다. EU 관련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 등에 따르면 ESM 구제기금 활용에 당초 반대했던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상태가 양호한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선 자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먼저 확대해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해 왔다.
ESM은 2012년 출범한 EU의 상설 구제금융기구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자본금을 출연했다. 2011년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회원국의 구제금융에 대응할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범했다. 총 기금규모는 5000억유로(667조원)다. 재정·금융위기가 우려되는 회원국 정부를 대상으로 대출 및 국채매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해당 국가의 은행 등에 대한 직접지원뿐 아니라 회사채 매입도 가능하다.
EU는 구제기금 중 2400억유로를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회원국들에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ESM의 구제기금이 사용되려면 자본금을 출연한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제기금을 지원받은 회원국은 재정지출 등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해야만 한다. 통상 지원을 위한 신용공여한도와 함께 각종 개혁프로그램 등이 명시된다.하지만 EU는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해 어떤 개혁 프로그램 등도 명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ESM 지분율이 가장 높은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이에 찬성했다. ESM 자본금은 ECB 지분율에 비례해 출자됐다. 센테누 의장은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대가로 해당 회원국에 경제적·사회적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로존 공동의 유로코로나채권 발행에 대해선 아직까지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EU에선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부터 회원국이 공동 발행하는 유로채권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지급보증을 한 우량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ECB가 맡지만 재정정책은 회원국이 독자 운영한다. 국채도 회원국이 독자 발행한다. 이렇다보니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경제가 탄탄한 독일 등 북유럽 국가와 재정상태가 취약한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와의 국채금리 차이가 크다. 만약 유로채권이 발행되면 남유럽 국가들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유로화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독일 등 북유럽 국가는 자체적으로 국채를 발행할 때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앞서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EU 9개 회원국 정부는 일시적인 유로채권 발행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지난달 25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재정여력이 탄탄한 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공동채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 간 합의가 불발되면서 가뜩이나 바닥을 찍고 있는 유럽 경제가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 등 잇단 경기부양 대책을 신속히 내놓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대규모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수요와 공급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EU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오는 7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 수단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연다. 지난달 26일 열린 EU 27개 회원국 간 정상회의에서 2주 안에 강력한 경기부양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데 따른 후속 회의다.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마리우 센테누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최근 EU의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로안정화기금(ESM) 구제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대책을 내놨다. EU 관련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 등에 따르면 ESM 구제기금 활용에 당초 반대했던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상태가 양호한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선 자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먼저 확대해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해 왔다.
ESM은 2012년 출범한 EU의 상설 구제금융기구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자본금을 출연했다. 2011년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회원국의 구제금융에 대응할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범했다. 총 기금규모는 5000억유로(667조원)다. 재정·금융위기가 우려되는 회원국 정부를 대상으로 대출 및 국채매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해당 국가의 은행 등에 대한 직접지원뿐 아니라 회사채 매입도 가능하다.
EU는 구제기금 중 2400억유로를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회원국들에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ESM의 구제기금이 사용되려면 자본금을 출연한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제기금을 지원받은 회원국은 재정지출 등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해야만 한다. 통상 지원을 위한 신용공여한도와 함께 각종 개혁프로그램 등이 명시된다.하지만 EU는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해 어떤 개혁 프로그램 등도 명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ESM 지분율이 가장 높은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이에 찬성했다. ESM 자본금은 ECB 지분율에 비례해 출자됐다. 센테누 의장은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대가로 해당 회원국에 경제적·사회적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로존 공동의 유로코로나채권 발행에 대해선 아직까지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EU에선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부터 회원국이 공동 발행하는 유로채권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지급보증을 한 우량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ECB가 맡지만 재정정책은 회원국이 독자 운영한다. 국채도 회원국이 독자 발행한다. 이렇다보니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경제가 탄탄한 독일 등 북유럽 국가와 재정상태가 취약한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와의 국채금리 차이가 크다. 만약 유로채권이 발행되면 남유럽 국가들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유로화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독일 등 북유럽 국가는 자체적으로 국채를 발행할 때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앞서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EU 9개 회원국 정부는 일시적인 유로채권 발행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지난달 25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재정여력이 탄탄한 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공동채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 간 합의가 불발되면서 가뜩이나 바닥을 찍고 있는 유럽 경제가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 등 잇단 경기부양 대책을 신속히 내놓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대규모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수요와 공급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EU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