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유망株 찍어드려요?…옷 30만원어치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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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VIP에 방송 '비번' 제공
투자 관심 커진 주부들에 인기

2030은 텔레그램서 정보 공유
두 달 3만원에 기업·주식 분석
여성 의류 온라인 쇼핑몰 A사는 최근 ‘부업’을 시작했다. 아프리카TV에 주식방송 채널을 연 것. 채널 운영은 전문 투자자인 쇼핑몰 운영자의 남편이 맡았다. 아무나 이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쇼핑몰 회원이어야 한다. 여성만 회원이 될 수 있다. 쇼핑몰 회원이 된 후 가입한 지 3개월, 출석 50회, 댓글 50개, 구매 금액 30만원을 채워야 VIP가 된다. 이 VIP들에게만 주식방송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이 회사가 투자 관련 방송을 시작한 것은 그만큼 여성, 특히 주부들의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NH투자증권에서 신규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지난 1월 3만 명에서 2월 13만 명, 3월엔 32만 명으로 늘었다. 이 중 40%의 계좌가 여성 명의로 돼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인은 말리고, 남편은 몰래 주식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직접 투자에 나서는 주부가 많다”고 전했다.A사는 이렇게 늘어나는 여성 주식 투자자를 ‘쇼핑’과 ‘주식’이라는 조합으로 엮어냈다. A사 운영자는 “1년 뒤 수익률로 보상받고, 전문 투자자가 돼 양육과 투자를 병행하고,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시켜줄 수도 있어 1석3조”라고 말했다. 또 쇼핑몰 회원이 투자로 돈을 벌면 다시 쇼핑몰에서 옷을 사는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런 주부와 증시에 새로운 투자자로 합류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도 인기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25일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 28일 만에 50만 계좌를 넘어섰다. 2030세대가 전체의 68.4%를 차지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2018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붐 때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주가가 폭락하자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이들을 겨냥한 콘텐츠도 인기다. 배터리 관련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한 전직 회사원 B씨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텔레그램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달에 3만원을 내면 텔레그램 정보방에 들어갈 수 있다. 수십~수백만원을 내야 VIP가 될 수 있는 기존의 ‘리딩방’이나 단순히 ‘찌라시’를 공유하는 채널과 달리 정보를 선택해 준다. 경제 뉴스와 기업 리포트 등의 의미를 분석해 공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도 큐레이션에 목마른 2030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한 김기판 씨(32)는 “업무 시간에는 주식창을 들여다볼 수 없는 만큼 카카오톡, 텔레그램 큐레이션 방에 들어가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투자할 곳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