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가 비교우위를 잃게 된다면

反기업 정서에 노동시장도 왜곡
韓 기업 탈출 가속화할 수밖에
산업기반 붕괴 전 정책 전환해야

이홍열 < 베트남 국립타이윈대 연구교수·서강대 연구위원 >
세계화(globalization)는 ‘재화·용역·자본·기술 그리고 세계 경제의 통합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세계화의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여러 형태의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데 수출, 라이선싱, 해외직접투자가 대표적이다.

해외직접투자이론에는 철새기업이론이 있다. 기업의 경쟁우위와 국가의 비교우위 간 괴리가 발생하면 기업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경쟁우위와 국가의 비교우위가 일치하는 나라를 찾아 철새처럼 떠돈다는 이론이다. 기업의 경쟁우위는 경쟁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에 체화(體化)된 제반 인적·물적 우위를 말한다. 기업의 경쟁우위는 기본적으로 기술적 우위, 인적자본의 우위, 비용상의 우위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미증유의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고,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천길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기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국가의 비교우위는 투자 여건상 여러 유리한 점을 말한다. 생산요소(노동·자본)의 상대가격, 정부의 자유주의적인 정책, 시장 규모 및 구조, 유·무형의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요소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기업의 경쟁우위와 국가의 비교우위 간 괴리는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현재 한국은 임금 인상, 세금 인상, 물가 상승, 고용 불안정, 예측할 수 없는 이념 편향 정책 등에 의해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국내의 세계적인 원전 기업이 휘청거리고 있고,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엄청난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반기업 이념 편향 정책이 지속된다면 핵심 원전 기술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전기요금 상승은 산업계의 생산비 증가를 초래한다. 이는 이들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국가는 비교우위를 잃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도 왜곡된 지 오래다. 대학을 졸업한 20대는 물론 생산가능인구의 주축이 되는 40대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자 취업은 늘고 있는 기형적 고용동향이 고착화되고 있다. 60대 이상 취업자의 일은 대개 ‘세금 아르바이트’에 해당한다. 정부는 고용지표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노동시장은 구조적으로 왜곡돼 가고 있고, 결국은 세금을 인상해 보조금을 퍼부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기업 환경이 악화돼 국가가 비교우위를 잃으면 국내 기업들은 철새처럼 기업하기 좋은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제조업 공동화는 물론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요즘의 한국 상황이다. 국가 간 자본이동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는 기업의 경쟁우위와 해당 국가의 비교우위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기업은 창업한 나라에서 활동하다가 도산하거나 퇴출됐다.

그러나 기업 자신의 경쟁우위와 국가의 비교우위가 일치하는 나라를 찾아 나서는 세계화 시대의 지구촌 거의 모든 기업은 ‘철새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가 비교우위를 잃으면 기업은 자신이 지닌 경쟁우위와 일치하는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를 찾아 생산시설을 이전한다.

현재 한국의 엄혹한 경제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미 비현실적인 반시장 정책으로 성장 동력이 위축된 상태다. 기업은 기업대로 지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선심성 퍼주기와 편가르기 술책으로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 국가의 비교우위와 기업의 경쟁우위가 모두 강한, 당당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철새(기업) 도래지’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