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스크 쟁탈전…트럼프, 3M 제품 수출 막자 캐나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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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이 주문한 중국산 마스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각국이 의료용 ‘N95(한국의 KF94)’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 생산업체인 3M의 수출을 막으려 하자 캐나다가 반발하고 나섰다. 또 미국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마스크를 중간에 가로채면서 독일 프랑스 등이 맹비난하고 있다.
美가 중간에 화물기 가로채기도
환자 폭증한 美 'N95' 동나자
트럼프 "면마스크 써라" 권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3M이 마스크와 관련해 그동안 해온 짓을 지켜봤다”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3M이 미국에도 모자란 마스크를 캐나다 등에 수출하는 데 따른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마스크 생산 확대를 명령했다. 그는 다음날인 4일에도 “3M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이에 3M과 캐나다가 즉각 반발했다. 3M은 “N95 마스크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중국 공장에서도 수입하고 있다”며 “수출을 일방적으로 막으면 상대국의 보복을 불러 결국 미국이 확보할 수 있는 마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3M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 달에 약 1억 개의 의료용 마스크를 제조한다. 이 중 3500만 개가 미국에서 생산된다. 3M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마스크의 10% 미만을 캐나다와 라틴아메리카에 계속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의료장비를 포함해 필수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량을 줄이거나 장애물을 만드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막을 경우 보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미국에서는 4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만 명, 사망자는 8000명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주와 다음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등에선 병원에 환자가 몰려들면서 N95 마스크가 모자라 아우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월 3억 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미국 내 생산이 월 5000만 개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등은 해외에서 마스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중국 공항에서 마스크를 싣고 프랑스를 향해 출발하려던 화물기 한 대가 이륙 직전 미국 측으로부터 높은 가격을 제안받고 목적지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독일이 해외에서 주문한 마스크를 미국이 가로챘다는 기사도 나왔다. 독일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베를린 주정부는 3M 중국 공장에서 마스크 20만 개를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물량은 태국 방콕에서 행선지가 바뀌어 미국으로 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국민에게 외출 땐 자발적으로 면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의료용이 아니라 면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