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둘러싸고 美·中, '말의 전쟁' 격화"

네덜란드 주재 미·중 대사, '정보 투명성' 놓고 설전
中 관영매체, 크로지어 함장 경질에 "미국판 리원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말의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피트 후크스트러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사망자 통계 등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후크스트러 대사는 "중국의 실제 사망률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이냐"며 "언젠가 중국의 정보가 정확하다는 신뢰를 갖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중국은 이번 위기에서 미국과 유럽의 협력을 보면서 배워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투명하며, 우리 시민들에게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데, 중국에는 이러한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쉬훙 네덜란드 주재 중국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미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이 있지만, 후크스트러 대사 같은 사람한테는 배울 게 없다"며 "후크스트러 대사는 자기 일에나 신경쓰라"고 쏘아붙였다.

쉬 대사는 "지난 1월부터 후크스트러 대사가 올린 트윗을 보면 중국을 비방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한 트윗이 10여 개에 달한다"며 "그는 사실 왜곡을 하기 전에 국가 간의 외교 관계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부터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주 로버트 우드 존슨 영국 주재 미국 대사는 일간 더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제때 해야 할 일을 했으면 나머지 세계는 코로나19의 가장 심각한 충격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 대사는 "존슨 대사는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에 대한 거짓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비난과 책임 전가에만 바쁜 서구 정치인들은 자국의 일이나 제대로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장 명의의 칼럼을 통해 '말의 전쟁'에 가세했다.

후 총편집장은 칼럼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서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방부에 보냈다가 경질된 브렛 크로지어 함장을 거론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크로지어 함장은 괌에 정박 중이던 항모 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데도 하선 명령이 내려지지 않자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승조원들의 안전을 위해 하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상부에 보낸 이 편지는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켜 결국 승조원들에 대한 하선 결정이 내려졌으나, 미 해군은 크로지어 함장의 판단력을 문제 삼아 지난 2일 그를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후 총편집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초기에 경고한 중국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거론하며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을 비난했다.

그는 "크로지어 함장은 미국판 리원량인가"라며 "리원량은 명예를 회복해 순교자로 추앙받고 있지만, 크로지어 함장은 미국의 코로나19와의 싸움이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경질됐다"고 비꼬았다.

리원량은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으며,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중국 후베이성 정부는 지난 2일 뒤늦게 리원량을 비롯해 코로나19로 희생된 의료진 14명을 '열사'로 추서했다. 후 총편집인은 "미국 의회는 리원량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중국 의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크로지어 함장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