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 대기업 회사채 차환 지원…"4월중 절반 소화"

A급 이상 우량 회사채 대상
2조 기업어음 매입 지원도 이달중 절반 정도 소진 전망

산업은행이 가동하는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의 지원 규모 1조9천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4월 중 소화될 전망이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차환 발행분을 직접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차환은 기존에 발행한 채권을 만기에 새로 발행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채 등급 A 이상이거나 코로나19 여파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 중 투자등급(BBB- 이상) 이상은 차환 지원을 받을 수 있다.현재 가동 중인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주로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를 담기 때문에 차환 지원은 A급 회사채가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본격적인 지원을 앞두고 지난달 말 회사채 차환 수요 조사를 했다.

산은은 4월에 만기 도래 물량 등을 토대로 수요 예측을 한 결과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 가용 규모인 1조9천억원의 절반 정도가 이달 중 지원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트진로(A급·1천430억원), 풍산(A급·1천억원), LS엠트론(A급·750억원), 하나자산신탁(A급·700억원), SK렌터카(A급·300억원), SK증권(A급·500억원) 등이 이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중 A급 이상이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2천400억원)의 지원 신청 여부를 주목했으나 대한항공은 BBB+급이라 지원 대상이 아니다.

산은은 차환 지원 프로그램의 기업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차환 지원 프로그램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한 취지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울퉁불퉁해진 회사채 시장을 평탄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며 "낙인 효과가 없는 만큼 어려운 시기에 현금을 쌓아놓고자 하는 우량 기업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격 조건이 되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고려해 차환 대신 상환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발행하자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이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으면 상환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기업은행과 함께 운영하는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도 4월 중 지원 규모(2조원)의 절반가량을 소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CP 지원액 2조원 가운데 산은이 1억5천억원을, 기은은 5천억원을 책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