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하다는 그 농가 어딘가요"

현장에서

박종필 생활경제부 기자
“일손 부족하다는 그 농가가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지난 주말 기자에게 이런 문의를 하는 메일이 여럿 들어왔다. 기자가 쓴 ‘외국인 노동자 떠난 농촌 구인전쟁’(본지 4월 4일자 A2면 참조) 기사를 보고서다. 양파, 마늘 농가의 수확철이 이달 말부터 다가오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막혀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이었다.기사의 온라인 댓글과 따로 보내온 메일 대부분은 ‘사례에 언급된 농가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일당 13만원을 선지급한다는 경남 창녕의 마늘농가와 관련해선 “채용만 해주시면 뭐든 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신의 직장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는 A씨는 ‘일자리를 꼭 소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기자는 문의해온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몇몇 농가에 문의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부분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냉랭한 답변을 내놨다.

한 농업 회사법인 대표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내국인 채용을 시도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며 “내국인들은 실내 온도가 40도를 넘는 비닐하우스와 아주 덥거나 추운 실외 환경에서 반복노동을 하다 지쳐 며칠 못 버티고 떠나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코로나19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하루도 굴러가지 못하는 농촌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뒤늦게 정부와 지자체가 인력상황실을 설치하고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효과를 장담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한 네티즌은 “그런 땜질 처방보다는 ‘도시에선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농촌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고, 정부는 무턱대고 일자리를 늘린다고 돈만 퍼붓는’ 모순된 상황부터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선거운동에 여념 없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유념해야 할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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