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 기업 이익률, 글로벌 기업의 절반 수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등 한국 6대 제조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글로벌 기업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2011, 2019년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2011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과 지난해 들어간 기업의 국적, 업종, 영업이익률 등을 비교한 것이다. 한경연이 2011년과 2019년을 비교한 것은 포브스가 2011년 업종 분류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지난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 숫자는 62개로 미국(575개), 중국(309개), 일본(223개), 영국(82개)에 이어 5위였다. 2011년엔 미국(536개)이 가장 많았고 일본(260개), 중국(167개), 영국(86개), 프랑스·캐나다(67개), 한국(61개), 인도(57개), 독일(54개) 등 순이었다.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의 업종별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기업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기업이 속한 23개 업종 중 국내 기업 영업이익률 평균이 해외기업 평균보다 높은 업종은 제약·바이오(27.4%, 해외 기업 평균 8.1%), 화장품·생활용품(10.1%, 해외 기업 평균 9.7%) 등 4개에 그쳤다.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 대표 제조업 6개 업종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5.4%로 해외기업 평균(9.4%)보다 낮았다. 한국기업이 속한 유틸리티(-0.9%), 백화점·할인마트(-0.8%), 항공서비스(-1.5%) 업종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에너지, 유통·항공 분야는 물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도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한국 주력기업의 업종도 다양하지 않았다. 전체 57개 업종 중 한국 기업이 포함된 업종은 23개로 전체의 40%에 불과했다. 미국(55개), 일본(45개), 중국(43개)의 절반 수준으로 업종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게 한경연의 평가다.

시가총액 역시 동종 업계 해외기업에 비해 규모가 크게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말 기준 한국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시가총액(2724억달러)은 세계 1위 애플(9613억달러)의 28.3%, 한국 자동차 업계 1위 현대자동차 시총(312억달러)은 글로벌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1766억달러)의 17.7% 수준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주력 제조업의 수익성이 낮고 신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지 못해 세계무대에서 뒤처져 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쳐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