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탈원전-한수원 적자 무관하단 논리 개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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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한수원 대책회의서 '탈원전 후유증' 축소 시도 논란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2018년 6월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지 한 달 뒤인 같은 해 7월 대책회의를 열고 한수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에 대한 ‘대응 논리’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 측은 “한수원 적자 발생과 탈(脫)원전 정책은 무관하다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토론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 수명을 2022년 11월까지로 10년간 연장했다가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2018년 원전산업정책국장 발언
한수원 측 업무용 카톡방에 담겨
"탈원전에 한전 실적 안좋은데…"
한전공대 설립 인가도 논란
한수원 폐쇄 의결 한 달 뒤 대책회의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수원 측 업무용 카카오톡 채팅방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2018년 7월 13일 산업부 관계자 3명과 한수원 관계자 5명은 한국기술센터에서 ‘이사회 의결 후 7200억원 회계처리 영향 대응’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채팅방에는 이날 회의 내용이 정리돼 올라왔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018년) 8월 한수원 회계처리 경영공시 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언론 등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수원 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또 “그해 상반기 한수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는 7200억원의 손실(비용) 처리 중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5600억원)이 가장 민감하다”는 얘기도 오갔다. 실제로 2018년 상반기 한수원은 54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감가상각비 5652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자 당시 원전산업정책국장은 회의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한수원의 적자가 발생한 게 아니라는 논리개발 토론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났음에도 산업부가 이를 은폐 또는 축소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해당 국장은 “2년 전 일이라 참석 여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아마도 제 취지는 ‘회계원칙상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인한 감가상각비 5600여억원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고, 이런 사실 관계를 언론 등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탈원전 정책 놓고 논란 지속
월성1호기 경제성 축소 의혹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원자력정책연대 등 원자력계 시민단체들은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법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국회가 작년 9월 한수원이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월성1호기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지만 감사원은 총선을 의식해 지난달 말까지였던 기한을 어기고 감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이 지난해 1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봤음에도 교육부가 지난 3일 대학설립심사위원회를 열고 한전공대 법인 설립을 허가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전이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전공대는 정원 1000명(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규모의 에너지공학 특화 대학이다. 설립 비용만 6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경영 상황이 안 좋은 한전이 대학을 설립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