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또 다른 전쟁 '마스크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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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마스크 전쟁이다. 러시아가 어제 “중국에서 의료마스크 3400만 개를 수입했으며 내달까지 5500만 개를 더 들여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르비아 대통령은 “중국의 마스크 지원에 감사하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형제이자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로 신음하는 50여 개국에 마스크 40억 개를 수출했다”며 이를 ‘연대와 자선의 외교’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마스크 외교’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적 차원보다 정치·경제적 저의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마스크 외교는 왜 서방의 우려를 낳나’라는 기사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각국이 중국의 ‘현명한 지도자와 성공적인 정치 체제’를 칭찬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유럽연합(EU)을 제치고 개별 국가와의 접촉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변 이민족을 분열시킨 뒤 각개격파하는 중국의 오랜 전략을 연상시킨다. 중국 외교관들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등의 억지 주장을 했다. 이런 행동이 ‘중국은 뭐든지 왜곡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틈을 뚫고 대만은 “유럽연합과 미국 등에 마스크 1000만 개를 기부하겠다”며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이 EU에 지원하기로 한 마스크(220만 개)의 4배가 넘는 물량이다. EU 집행위원회와 미국 백악관은 “지지와 협력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대만의 행보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참여 의지도 담겨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WHO 회원이 아닌 대만은 마스크 외교를 앞세워 WHO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어깃장을 놓고 나오자 대만은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1300만 장을 넘었는데 이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며 응전하고 있다.‘마스크 외교전’은 미증유의 전염병 속에 치러지는 또 다른 전쟁이다. 마스크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외부 바이러스를 막는 기능과 자신의 병균을 퍼뜨리지 않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가면이나 복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는 감추고 싶은 비의(秘義)가 들어 있다. 마스크를 앞세운 ‘연대·자선 외교’의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마스크 외교’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적 차원보다 정치·경제적 저의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마스크 외교는 왜 서방의 우려를 낳나’라는 기사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각국이 중국의 ‘현명한 지도자와 성공적인 정치 체제’를 칭찬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유럽연합(EU)을 제치고 개별 국가와의 접촉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변 이민족을 분열시킨 뒤 각개격파하는 중국의 오랜 전략을 연상시킨다. 중국 외교관들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등의 억지 주장을 했다. 이런 행동이 ‘중국은 뭐든지 왜곡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틈을 뚫고 대만은 “유럽연합과 미국 등에 마스크 1000만 개를 기부하겠다”며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이 EU에 지원하기로 한 마스크(220만 개)의 4배가 넘는 물량이다. EU 집행위원회와 미국 백악관은 “지지와 협력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대만의 행보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참여 의지도 담겨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WHO 회원이 아닌 대만은 마스크 외교를 앞세워 WHO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어깃장을 놓고 나오자 대만은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1300만 장을 넘었는데 이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며 응전하고 있다.‘마스크 외교전’은 미증유의 전염병 속에 치러지는 또 다른 전쟁이다. 마스크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외부 바이러스를 막는 기능과 자신의 병균을 퍼뜨리지 않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가면이나 복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는 감추고 싶은 비의(秘義)가 들어 있다. 마스크를 앞세운 ‘연대·자선 외교’의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