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재택근무·온라인 강의 증가에…돈 부담 덜한 리퍼브PC 뜬다

본체 10만~30만원이면 구입
3월 판매량, 전달보다 15% 늘어
운영체제도 기본 탑재돼 있어

최신·고성능 원하는 소비자는
매달 이용료 내는 렌털PC 선호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프리랜서 정경희 씨(43)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급 학교가 온라인 개학에 들어가면서다. 지금까지는 노트북 한 대, 태블릿PC 한 대로 정씨와 아이들이 불편없이 이용했다. 하지만 두 자녀가 각각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면서 스마트 기기가 최소 한 대 더 필요하게 됐다. 정씨의 선택은 리퍼브PC였다. PC 본체와 보급형 모니터를 구비하는 데 든 비용은 총 40만원대 초반. 정씨는 “제품을 받아보니 중고 느낌도 없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스마트 기기 중고·렌털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강의와 재택근무로 새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높은 가성비를 갖춘 중고·렌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OS까지 한번에 해결하는 리퍼브 제품

‘리퍼브’는 ‘리퍼비시드 프로덕트(refurbished product)’의 줄임말이다. 유통, 전시, 반품 과정에서 흠집과 같은 작은 문제가 생긴 제품을 뜻한다. 넓은 의미에서 중고에 해당하지만 사용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업체가 기능상 문제점을 점검한 뒤 판매하는 게 다르다. 성능이나 고유 기능에 문제가 없는 제품만 아울렛이나 전문 리퍼브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온라인에서 리퍼브PC 본체는 부품 구성에 따라 10만~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10만원대 보급형 모니터를 결합하면 30만원 전후로 PC를 구비할 수 있는 셈이다.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리퍼브 PC와 노트북 판매량은 전달보다 15% 늘었다. 노트북은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EBS 등 동영상 강의를 보기 위해 PC,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윈도 등 운영체제(OS)가 기본 설치돼 있는 것도 리퍼브 PC의 장점이다. 통상 윈도10을 설치하는 데 약 10만원이 추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기 가격만 보면 조립형 PC와 비슷하지만 OS 설치 비용을 감안하면 리퍼브 제품이 가성비가 높다”고 했다.

다만 사용감이 적기는 해도 완벽한 새 제품이 아닌 만큼 판매조건을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퍼브 제품은 판매처, 제조사에 따라 각기 다른 AS 조건을 내걸거나 반품, 교환이 안 되는 사례가 있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최신 제품 이용 뒤 구매결정하는 렌털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는 렌털 서비스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계약 시 10만~20만원 선의 보증금과 매달 일정 금액의 렌털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초기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최신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지금까지 노트북·PC 렌털은 기업고객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었다. 기업이 대량으로 기기를 빌려 직원들이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개인 대상 렌털 서비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롯데렌탈 묘미 관계자는 “3월 개인고객의 노트북 장기렌털 매출은 코로나19 이슈가 발생하기 전인 1월에 비해 121% 증가했다”고 말했다.렌털 서비스는 장기 이용 후 기기를 소유하는 ‘인수형’, 장기 이용 후 업체에 반납하는 ‘렌털형’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항상 최신 상태의 소프트웨어와 AS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판매량 급증에 공급 부족 우려도

온라인 개학, 재택근무 확대의 영향으로 노트북·PC 신제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기기 양판점 전자랜드의 3월 PC 판매량은 전월 대비 40% 급증했다. 롯데하이마트도 2월 대비 3월 노트북 매출이 20%, 데스크톱은 15% 각각 늘었다.주문이 몰리면서 중소 PC업체들은 부품 조달에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PC 제조공장 상당수가 중국에 있고 아직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지 못한 탓이다. 일부 PC 업체는 4월 들어 예약 주문을 먼저 받은 뒤 완제품이 확보되면 배송하는 방식으로 판매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