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담담하게 툭 던져도 슬퍼지는 음악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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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맞은 '발라드 황제' 신승훈‘발라드 황제’ 신승훈(54)은 한의 정서를 머금은 애절한 목소리로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보컬은 오케스트라와 합주해도 묻히지 않고, 고유의 주파수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그는 1990년 11월 데뷔 앨범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140만 장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7집까지 연속 10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앨범 누적 판매가 국내 가수 중 최다인 1700만 장에 달한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
1~7집 연속 100만 장 돌파
총 1700만 장 판매…국내 최다
신승훈이 8일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를 발매한다. 실물 앨범은 4년 5개월 만이다. 지난 6일 온라인을 통해 그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멘붕이 왔어요. 의기소침해졌다고 할까요. 잔뜩 준비했는데, 4~5월 콘서트 ‘더 신승훈쇼 : 미소속에 비친 그대’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습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취소된 게 안타까워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해야겠죠. 서울 공연은 9월쯤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앨범은 예정대로 발매한다. 이번 앨범에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신곡 다섯 곡 등 모두 여덟 곡이 실려 있다. 앨범 제목은 ‘나의 분신 같은 음악들’이라는 의미에서 붙였다고 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처럼 반환점이 있지 않습니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오늘 이 순간과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형으로 충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도 흔적을 찾기보다 신곡 중심으로 꾸몄습니다.”
수록곡 중 여섯 곡은 신승훈이 작곡했고, 두 곡은 후배 가수 노래 중 좋은 것을 리메이크했다. 타이틀곡은 두 곡을 내세웠다.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신승훈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신승훈표 발라드’입니다. ‘우니? 더 울려줄게’하는 분위기죠. 또 다른 타이틀곡 ‘그러자 우리’는 ‘우니? 가만있을게’라는 정서가 강하고요. 회사에서 말렸지만, 두 곡 모두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선택했어요.”
뮤직비디오에서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이별 후 아파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러자 우리’는 이별의 상처를 달래는 여자의 마음을 각각 그려낸다. “제가 좋아하는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픈 체하지 않음)’ 정서가 이번 앨범 수록곡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도 스며있어요. 임을 보내는 배려죠. 김소월 시를 원래 좋아합니다.”애이불비의 정조가 유독 신승훈이 부를 때 힘이 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 목소리는 밝게 불러도 슬프게 들리는 면이 있어요. 발라드에 특화돼 있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그리움을 애절하게 불렀다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담담해지고 싶어요. 그래도 슬픔을 전할 수 있거든요. 툭 던졌는데 슬퍼지는 음악 말이죠.”
그는 ‘국민 가수’보다는 ‘발라드 황제’로 불러달라고 했다. “‘발라드 황제’란 호칭은 제 음악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합니다. 발라드곡들이 팬들에게 깊게 새겨져 있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저의 족쇄가 될 수도 있으니 애증 관계라 할 수 있죠. 발라드뿐 아니라 다른 장르 곡들도 있으니까요. ‘국민 가수’란 호칭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요계 주지스님’ ‘수도승’ 등으로 불리는 그가 30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은 비결은 무엇일까. “칩거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스캔들이 없고, 재미도 없는 사람이 됐죠. 저도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제 성격 탓입니다. 다만 진정성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그는 방송광고(CF)를 찍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음악하는 사람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금전적 유혹에 저도 가끔 흔들립니다. 광고를 찍고 안 찍고의 문제가 아니라, 광고를 찍은 만큼 공익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받은 것만큼 돌려줘야 하니까요. ”
팬들은 미혼인 그가 결혼할지가 관심사다. “비혼족은 아닙니다. 때를 놓친 것일 뿐이죠. 눈이 높아서도 아닙니다. 이제는 20대처럼 ‘너 없이는 못 살아’가 아니라 친구 같은 여자를 만나 가족을 이뤄야겠지요. 수록곡 ‘늦어도 11월에는’은 후배가 저의 그 날을 고대하면서 작사한 곡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