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국방 통화…방위비 접점 못찾아

에스퍼 "공정·포괄적 합의해야"
정경두 "근로자 임금 우선 지급"
한·미 국방장관이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하고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곧 타결될 것’이라고 밝힌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 달리 분담금 총액 등 쟁점을 둘러싸고 양측 간 막판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의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전화 통화를 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양국의 방위비 협상과 관련된 고위급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에스퍼 장관에게 무급휴직에 들어간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해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통화에서 “방위비 협상 타결 이전이라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조건부 합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이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공정하고 균형 잡히고 포괄적인 합의에 신속히 서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동맹의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작년 1조389억원 규모의 분담금을 4조~5조원대로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방위비 협상이 공전하면서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 설익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이르면 1일 협상 타결이 발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방위비 협상을 관장하는 미 국무부 차관보는 “협상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