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前 지경부 장관 "항모 가라앉는데…여객선만 본다"

"정부 지원, 기업 규모 아닌
피해 규모 따라 이뤄져야"
“항공모함이 가라앉고 있는데 여객선만 보고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산업 정책을 이렇게 비유했다. 중소기업(여객선) 지원에만 몰두하고 정작 고용과 국가 경제에 파급력이 큰 대기업(항공모함) 지원엔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반(反)대기업 정서를 의식하는 것 같은데 지금 그런 것에 사로잡혀 있다간 경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최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위기 극복을 이끌었던 관료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최 회장은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산업 기반을 지키는 일”이라며 “산업 기반이 붕괴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한국 경제가 영영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중요한 산업으로 항공·해운·에너지 등 기간산업과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꼽았다. 최 회장은 “정부가 이들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항공·해운 등 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대기업을 지원하면 특혜 논란이 일까 두려워 미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 “대기업은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최 회장은 정부 지원의 원칙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기업 규모가 아니라 피해 규모를 보고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점검한 뒤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지원을 보류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괜찮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을 꺼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해 주요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때를 대비해서라도 재정 여력을 비축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