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인천공항 검역소 찾은 문 대통령 "고생시켜 미안하다"

사진=뉴스1
예고없이 인천공항 검역소 찾은 문 대통령
"몸 돌보지 않은 여러분 덕분에 한국형 방역성공"
'우리 엄마가 나라 지킨다' 자녀 사례 소개
1호 확진자 찾아낸 김 과장에게 별도 사의
"업무 방해안된다" 지시에 사전 예고없이 방문

"벌써 석 달째입니다. 고생시켜서 미안할 따름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예고없이 인천국제공항 검역현장을 찾았다. 외부에 일절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일정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 방문에 대비한 의전 등으로 현장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된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전격 방문했다. 지난 3월11일 저녁 전격적을오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찾아 정은경 본부장과 직원들을 격려할 것과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검역소 직원, 방역 관련 정부부처 직원들과 만나 자리에서 "일 자체도 격무인데다 코로나19로 최일선을 막아내야 한다는 긴장감, 자칫 잘못하면 내가 감염될 수 있다는 무거운 압박감이 있었을덴테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특히 방역 최일선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검역 담당자들 덕분에 한국형 방역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국경을 봉쇄하지 않고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 3원칙을 지키면서 방역을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이 해외 유입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언론은 한국형 방역의 성공비결로 조기에 대규모 진단능력을 확보한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역량, 확진자와 접촉자의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성,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는 국민성 등을 한국형 방역모델의 성공비결로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한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가 나라를 지킨다'고 자랑한 한 인천공항 여성 방역요원의 자녀 얘기를 소개하며 "그러한 마음으로 끝까지 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내과의사 출신인 김한숙 인천공학 검역1과장이 국내 코로나19 1호 확진환자를 찾아낸 사연을 듣고 재차 감사 의사를 밝혔다. 김 과장은 "1월19일 우한에서 입국한 한 분이 고열 근육통을 호소하는 복합증상자였으나 흉부 X레이를 제시하며 폐렴은 없다는 점을 강력히 피력했다. 하지만 증상 발전 단계를 축소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해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과장의 조치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수 있을 수도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중국 명절인 춘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A씨는 입국 과정에서 확진판정을 받아 국내1호 확진자가 됐다. 보름여간 인천의료원에 입원한 뒤 2월6일 퇴원하면서 의료진에게 "재앙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나를 치료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며 치료해준 의료진의 중국 초청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감염요인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여러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공항에서 해외유입을 차단하는 여러분의 노력과 철저한 자가격리 과정을 통해 2~3차 감염을 차단하고, 지자체의 노력이 더해져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정선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본부장은 "7만여 인천국제공항 종사자 중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촘촘한 방역망 구축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이 너무 지치지 않게 해달라"며 직원들과 함께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