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脈] 기업 투자·생산 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지식력'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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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생산 관련 규제 혁파…정부구매도 늘리고'코로나 재난' 극복의 조건
'SOC 강화 프로젝트'로 고용·소득 제고 꾀해야
기업·금융·학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기능 절실
박재윤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세계 경제가 대체로 10년에 한 번씩 위기를 겪는다는 ‘세계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1990년 일본 경제 위축,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다. 2018년부터의 중국 경제 위축 또는 신흥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세계 경제위기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세계 경제위기가 도래하는 것 같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주요 20개국(G20) 간 협력체제가 다시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에 따른 주요국 간 협력체제 와해를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20 간 공조가 강력히 재현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제일주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하위 70% 소득계층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위 소득계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지방정부가 맡고, 중앙정부는 전체 소득계층과 대기업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경기 진작을 꾀하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은 전체 소득계층이 겪고 있으므로, 중앙정부는 모든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주고 가구주의 기존 소득에 합산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경기 부양, 형평성 유지 그리고 포퓰리즘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수준으로 대처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보다 선제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처 방안을 강구해 향후 세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해야 한다. 구미 국가들보다 한 걸음 앞서 기업이 투자 및 생산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 구미 국가들에 대한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침체 및 저성장 탈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비상경제회의’를 가동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비상국민경제회의'로 격상해야
비상경제회의는 ‘비상국민경제회의’로 격상해 산업계·금융계·학계 대표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이들의 의견과 협조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생산 확대, 이에 대한 금융계의 선도적 지원을 유도해야만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극복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5대 기업 그룹의 대표도 참석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투자생산을 늘리는 데 따른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게 하고 또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요청도 듣게 해야 할 것이다.비상국민경제회의에서는 무엇보다도 위기 극복을 위한 분기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2019년 4분기의 2.3%(연율)에서 2020년 1분기의 1.7%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을 2020년 2분기 2.3%, 3분기 2.7%, 4분기 3.0% 그리고 2021년 1분기 3.0%로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중앙정부는 대·중견기업 지원 집중
이런 목표성장률은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이 회복돼야만 달성할 수 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중앙정부는 2021년 1분기까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해 기업, 특히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회복하고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투자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업 투자와 생산에 관련된 제반 규제를 싹 걷어내야 한다. 기업의 요구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학계의 자문을 받아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거나 간접규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의 투자와 생산 증가에 필요한 금융자금을 저렴한 금리와 완화된 조건으로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 셋째, 투자와 생산에 관련된 제반 과세와 공과금을 과감히 인하 또는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민간 부문으로부터의 정부 구매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을 일시적으로 희생할 수도 있다.성장 촉진을 통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전국에 걸쳐 사회간접자본(SOC) 즉 도로·철도·항만·전력공급망·상하수도·하천 및 제방·창고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교체·확충·신설하는 ‘전국 사회간접자본 강화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소요되는 기자재 수요를 대폭 늘리고 고용과 소득도 크게 증가시켜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 시설의 전면적인 확충과 개량으로 기업 생산의 효율성과 민간생활의 편의성을 증진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SOC 투자로 성장기반 닦아야
끝으로, 이번 기회에 재택근무를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사무실에 출근해 얼굴을 마주보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 간 신뢰가 쌓이고 첨단 정보기술도 많이 보급됐다. 이번 기회에 기업들이 주 2일 출근·3일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정착시켜 출퇴근 교통에 드는 자원과 시간을 5분의 3 정도 절감하고 업무처리 소요시간도 단축해 1일 업무 처리량을 늘리는 등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교통량 감소에 따른 운수기업들의 수입 감소는 교통요금 및 유류 가격을 조정해 보전할 수 있으며, 운수기술자들의 근로조건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백방의 장단기적 처방으로 경제성장률을 2020년 4분기까지 연 3.0% 수준으로 회복하고, 2021년 1분기부터 2030년 4분기까지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19년 경상달러 가격으로 2015~2019년 평균 3만408달러에서 2026~2030년 평균 4만1049달러에 이르게 돼 적어도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는 선진국권에 진입하게 된다.지식력 배양 프로그램 가동을
2021년 1분기부터 2030년 4분기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 3.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는 기존의 성장동력인 반복력, 즉 기억력과 근면성을 합쳐 주어진 일을 정확하게 기억해 부지런히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지식력을 창출해야 한다. 지식력은 ‘여러 사람의 협력을 통해 정보를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서 정보력·창의력·협력력이 합쳐진 것이다.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의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은 구성원들의 지식력을 배양하기 위한 연수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행정복지센터는 기업과 금융기관에 속하지 않는 시민들의 지식력을 배양하기 위한 연수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운영해 한국 경제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