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걷자…지하철·버스 텅~ 출퇴근 풍경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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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감한 대중교통 이용객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장인들의 출퇴근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는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차라리 걸어다니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3월 30일~4월 5일) 서울 지하철(1~8호선) 이용객 수는 33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38만 명)에 비해 38.6% 줄었다.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기 직전인 2월 셋째주 425만 명에 비해서는 28.7%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는 승객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고려해 지난 1일부터 막차 시간을 새벽 1시에서 밤 12시로 앞당겼다.
지방에서도 대중교통 승객이 줄었다. 강원 원주시의 시내버스 회사인 태창운수는 승객 감소 여파로 4일 3개월간의 휴업에 들어갔다. 버스 한 대당 수익이 운송원가(50만원)의 20%에도 못 미치는 10만원 이하로 떨어지자 휴업을 선택했다. 부산에선 지난달 버스 승객이 40%가량 감소했다. 부산시는 수요 감소를 고려해 전체 노선의 6.8%를 감축했다. 경기와 울산 등도 버스 운행을 전반적으로 줄였다. 구글이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이용해 3월 한 달간 한국인의 이동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 정차역 주변 이동량이 1월 대비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이용량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루평균 539만 명에 달하던 미국 뉴욕 지하철 이용객 수는 지난달 말 100만 명 아래로 줄었다. 이용객 대부분이 극빈층이어서 사회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1일부터 보름간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대중교통은 산업혁명 이후의 발명품이다. 노동자들이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근무 형태가 일반화되자 많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도입했다. 말이 끄는 합승마차부터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트램, 레일이 없어도 되는 버스 등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모르는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은 방역 관점에서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방향이 같은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이동하는 카풀 서비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차량 공유회사 우버와 리프트의 카풀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전면 중단됐다. 한국에서 무료 카풀 서비스를 운영 중인 풀러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2월 호출 건수가 전달 대비 20~3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들은 대중교통 대신 불특정 다수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나홀로 이동’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자가용 이용이 늘고 있다. 3월 한 달간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15만1000여 대를 기록해 작년 동월 대비 9.8% 증가한 것도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