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권과 거리 먼 비례대표 후보들은 왜 열심히 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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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후보는 자신의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제 당선 가능성을 떠나 당을 도우면 당선되신 분들이 국회에 입성해 저희 분야를 위한 정책을 지원해주시지 않을까요?”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추천순위 30번을 받은 박대성 후보는 8일 ‘당선과 거리가 먼데도 왜 열심히 활동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는 이같이 대답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말 결정된 한국당 비례대표 순번에서 30번을 받았다. 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박 후보가 당선되려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적어도 6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3%를 넘겨 원내에 진입하는 정당이 많아질수록 문턱은 높아진다. 원내 진입 정당이 많아지면 비례후보 30명을 배출하기 위해 한국당이 얻어야 하는 지지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정보기술(IT)업계를 대표해 한국당의 원(原)정당인 미래통합당에 발탁된 영입인재다. 외국계 IT기업 인사의 정치권 영입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박 후보가 당선되면 IT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정책들이 좀 더 수월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박 후보를 비롯한 직능별 대표 인물들이 한국당 비례 순위에서 대거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다. 분야별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사를 국회에 진출하게 하자는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박 후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SNS본부장을 맡아 총선 기간 당을 위해 전력질주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만약 당선된다면 좀 더 정책을 주도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에 들어갈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정당 사람들도 만나면 우리 업계의 일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업계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더 많은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리고 총선에 뛰어든 후보자들도 있었다.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에 나선 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대부분 후보는 이번에 배지를 못 달더라도 기반을 잘 다져 놓으면 다음에는 더 좋은 순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꼭 자신이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의 다른 후배를 위해서라도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에서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지만 당선되지 못한 후보들 중 상당수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당선권에 가까운 비례대표 순번을 받거나 지역구에 출마했다. 2016년 19번, 21번이었던 양정숙 후보와 이수진 후보는 이번에는 더불어시민당에서 각각 당선권인 15번과 13번을 배정받았다. 민주당 자체 비례로는 5번과 3번을 받았고 더불어시민당으로 이동하면서 뒷 순번으로 밀렸다.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린 류영진(부산 부산진을),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강선우(서울 강서갑), 남영희(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지역구 후보로 뛰고 있다. 군소정당에서 비례 순번을 받은 후보들은 당의 이름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민생당에서 비례 13번을 받은 문정선 후보는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민생당 알리기에 주력하는 중이다. 문 후보는 “제가 노력해서 민생당이 한 번이라도 더 TV에 나오면 지역에서 뛰는 후보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비례투표 지지율도 오르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저에게도 당선의 기회가 돌아올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민생당의 지지율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달 30일~이달 1일 전국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 ±2.5%포인트) 민생당에 비례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응답자는 전체의 2.9%에 달했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배출 기준인 3%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 2%대 초반을 기록한 것에 비해 0.7%포인트 오른 수치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추천순위 30번을 받은 박대성 후보는 8일 ‘당선과 거리가 먼데도 왜 열심히 활동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는 이같이 대답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말 결정된 한국당 비례대표 순번에서 30번을 받았다. 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박 후보가 당선되려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적어도 6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3%를 넘겨 원내에 진입하는 정당이 많아질수록 문턱은 높아진다. 원내 진입 정당이 많아지면 비례후보 30명을 배출하기 위해 한국당이 얻어야 하는 지지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정보기술(IT)업계를 대표해 한국당의 원(原)정당인 미래통합당에 발탁된 영입인재다. 외국계 IT기업 인사의 정치권 영입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박 후보가 당선되면 IT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정책들이 좀 더 수월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박 후보를 비롯한 직능별 대표 인물들이 한국당 비례 순위에서 대거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다. 분야별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사를 국회에 진출하게 하자는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박 후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SNS본부장을 맡아 총선 기간 당을 위해 전력질주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만약 당선된다면 좀 더 정책을 주도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에 들어갈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정당 사람들도 만나면 우리 업계의 일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업계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더 많은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리고 총선에 뛰어든 후보자들도 있었다.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에 나선 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대부분 후보는 이번에 배지를 못 달더라도 기반을 잘 다져 놓으면 다음에는 더 좋은 순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꼭 자신이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의 다른 후배를 위해서라도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에서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지만 당선되지 못한 후보들 중 상당수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당선권에 가까운 비례대표 순번을 받거나 지역구에 출마했다. 2016년 19번, 21번이었던 양정숙 후보와 이수진 후보는 이번에는 더불어시민당에서 각각 당선권인 15번과 13번을 배정받았다. 민주당 자체 비례로는 5번과 3번을 받았고 더불어시민당으로 이동하면서 뒷 순번으로 밀렸다.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린 류영진(부산 부산진을),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강선우(서울 강서갑), 남영희(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지역구 후보로 뛰고 있다. 군소정당에서 비례 순번을 받은 후보들은 당의 이름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민생당에서 비례 13번을 받은 문정선 후보는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민생당 알리기에 주력하는 중이다. 문 후보는 “제가 노력해서 민생당이 한 번이라도 더 TV에 나오면 지역에서 뛰는 후보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비례투표 지지율도 오르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저에게도 당선의 기회가 돌아올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민생당의 지지율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달 30일~이달 1일 전국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 ±2.5%포인트) 민생당에 비례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응답자는 전체의 2.9%에 달했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배출 기준인 3%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 2%대 초반을 기록한 것에 비해 0.7%포인트 오른 수치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