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늘어나는 영국·프랑스…WHO "봉쇄조치 완화 이르다"

프랑스 하루새 1417명 사망…확진자 10만명 넘어
파리시, 낮 시간 운동 전면 금지

스페인서도 743명 사망…신규 사망자 다시 늘어
영국은 코로나19 발령 이래 이날 사망자 가장 많이 발생
WHO "봉쇄조치 완화는 신중해야"
유럽에서 이달 들어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세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다시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이날 하루 새 1417명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했다. 감소 추세를 보였던 스페인에서도 신규 사망자가 전날보다 늘어났다. 영국은 이날 코로나19 발병 이래 가장 많은 신규 사망자가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 국가의 섣부른 봉쇄조치 완화가 바이러스 재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보건당국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만328명으로, 1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날 하루 새 1417명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은 나라는 이탈리아(1만7127명), 스페인(1만3912명), 미국(1만2657명)에 이어 프랑스가 네 번째다.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 수도 10만9069명으로, 10만명을 넘었다. 전 세계에서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은 국가는 △미국(39만3030명) △스페인(14만617명) △이탈리아(13만5586명) △프랑스(10만9069명) △독일(10만7458명) 등 5곳이다. 올리비아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대유행의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자 프랑스 정부는 수도인 파리에서 낮 시간 야외 운동을 금지하기로 했다. 파리시와 파리경찰청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의 개인 운동 목적의 외출을 금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외출금지령을 내렸지만, 야외운동은 예외사항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맑은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낮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나오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봉쇄조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설명이다.이에 따라 오는 8일부터 파리 시내에서 개인운동 목적의 외출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만 가능하다. 외출 시에는 이름, 거주지, 생년월일과 외출 목적을 기재하고 정식 이동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15일까지로 예정된 외출금지령을 최소한 이달 말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페인에선 이날 하루 새 신규 사망자가 743명 발생했다. 전날(637명)보다 신규 사망자가 오히려 늘었다. 9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일 이후 일일 사망자 수가 5일째 감소했지만 이날 다시 상승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주말 동안 스페인 전역에 있는 병원에서 사망자 집계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한꺼번에 수치가 집계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카탈루냐를 비롯한 도심 지역의 양로원을 중심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고령층의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양로원에서 제대로 통계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영국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전날보다 786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기준 신규 사망자 수는 영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래 가장 많다. 누적 사망자는 6159명에 달한다.


영국에서 일일 신규 사망자 수는 지난 1일 569명에서 2일 684명, 3일 708명으로 늘어났다가 4일 621명, 5일 439명까지 축소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5만5242명으로, 전날보다 3634명 증가했다.

패트릭 발란스 정부국가과학기술 고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코로나19 곡선이 평탄해지는 구간의 초입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신규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선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이번 주말까지로 예정된 3주간의 봉쇄조치를 최소한 이달 말까지 연장할 방침이다.반면 유럽에서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13만5586명으로, 전날보다 3039명 증가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 기준으로 지난달 13일 이래 25일 만에 가장 적다. 전날(3599명)에 이어 이틀 연속 3000명대 증가세다.

누적 사망자 수는 604명 늘어난 1만712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 신규 사망자도 전날(636명)보다 줄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주민 외출금지령은 최소한 이달 말까지 연장하되, 사업장 폐쇄명령은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HO는 섣부른 봉쇄조치 완화가 바이러스 재확산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너무 일찍 대책을 내려놔 바이러스가 재확산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일찍 병상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병이 도지고 합병증을 갖게 될 위험이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