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긴급지원이라더니 대출 접수에만 5일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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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긴급대출 시행 1주일8일 오후 서울 도화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서울강원지역본부. 의류관련 자영업을 하는 A씨가 현장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는 “긴급대출 신청을 처음 시도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대출 상담을 받는다”고 했다. A 씨는 지난 1일 오전 6시 45분께 마감한 서울중부센터에서 현장 접수에 실패한 뒤 지난 3일 새벽 5시에 서울중부센터를 다시 방문한 끝에 접수에 성공해 이날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상담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초저금리 금융지원 패키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지 한 주가 지났다. 정부는 특정 대출 창구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방지하고 조속한 대출 실행을 위해 신용등급에 따라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으로 대출창구를 분산했다. 하지만 아직 대출 문턱이 높고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연출되고 있었다. ◆소진공 기금으로 몰리는 소상공인들
소진공은 온라인 사전예약시스템과 전국 62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긴급대출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예약에 성공한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방문해 대출 상담 및 약정을 체결한다. 대출 실행까지는 통상 5일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예약 신청은 여전히 어렵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한 목소리다. 소상공인지원센터는 개별 센터의 인력과 업무 적체량에 따라 하루에 받는 예약 신청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각 센터가 자체적으로 정한 인원 안에 선착순으로 들지 못한 A씨 같은 소상공인이 아침 일찍부터 수차례에 걸쳐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방문하는 이유다. A씨는 “대출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와 줄 서기에만 2~3일을 날렸다. 센터 방문만 이번이 3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긴급지원이라고 하지만 대출까지는 많은 품을 들여야 한다”고 푸념했다.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에 걸쳐 온라인 예약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온라인 사전예약시스템에도 연일 예약 신청이 몰리면서 수십초 만에 접수 신청이 마감되는 상황이다. 그는 서울중부센터에 새벽 4시 반에 가서 예약에 성공해 이날 대출 상담을 받았다. B씨는 “손이 느린 나같은 사람에겐 온라인 예약은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소상공인들의 소진공 긴급대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소진공 직접대출 건수는 3859건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일(3352건)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지난 7일까지 누적 접수 건수는 2만5210건(2683억원)으로 하루 평균 접수 건수는 3500건을 웃돌고 있다. 대출집행 건수는 1만5806건(1685억원)에 이른다.
◆“대출 문턱 아직 높다”소진공 지역센터와 달리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초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시중은행의 처리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4영업일간 신한, 국민, 우리, 하나, NH농협의 대출 신청 처리 건수는 총 5504건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1만4322건을 처리한 소진공 실적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상공인 업계에선 시중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은 탓에 시중은행에서 접수를 거절당한 소상공인들이 소진공 기금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별로 각각 다른 신용평가 모델로 신용도를 측정하는 까닭에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나이스가 제공하는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2등급을 확인받은 소상공인도 은행 내부 기준에 따라 4등급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소진공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중은행에 내부 신용등급이 아닌 신용평가사(CB) 등급을 적용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금리 적용 기간이 대출 창구별로 다른 것도 쏠림 현상의 원인이다. 소진공은 5년 간 1.5% 초저금리를 적용하는 데 비해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각각 1년, 3년에 그친다. 대출 조건이 비교적 유리한 소진공 기금에 소상공인들이 몰리는 이유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긴급 대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자금을 신속하면서도 사각지대 없이 소상공인들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