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역사 속 피어난 민초들의 우애

주목! 오늘의 온라인 공연 - 국립극단 '1945'
작가 배삼식이 대본을 쓴 연극 ‘1945’(사진)가 9일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영된다. 국립극단이 제작해 2017년 7월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던 공연이다. 연극연출가 류주연이 무대화했다.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시대극으로,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 작가는 연극 ‘먼 데서 오는 여자’ ‘3월의 눈’ ‘하얀 앵두’,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 등의 대본을 썼다. 무대화한 작품마다 시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해학, 잘 짜인 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극작가다.‘1945’의 주 무대는 해방 원년인 1945년의 중국 만주다. 일제가 패망한 직후 피란민들은 귀향을 위해 전재소(난민촌)에 모여든다. 이야기는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김정민 분)이 뒤늦게 전재소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명숙은 위안소에서 함께 탈출한 미즈코(이애린 분)를 기차에 태우려 한다. 이를 위해 미즈코를 벙어리 동생으로 속이고 자매 행세를 한다. 결국 미즈코는 일본인이란 사실이 알려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다. 그러나 명숙은 미즈코의 손을 놓치지 않는다. 국적을 떠나 위안소에서 겪었던 참혹한 고통을 서로 어루만지고 보듬는다.

민족의식을 갖고 한글을 가르치면서도 자식들은 일본 소학교에 보냈던 지식인, 가족을 파탄에 이르게 한 독립운동가 형을 원망하는 동생 등 전재소에 모인 인물들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극은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키우거나 줄이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골고루 담아낸다. 공연 시간은 다소 긴 세 시간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극 중 화자 역할을 하는 ‘숙이’ 역의 주인영을 비롯해 박상종 박윤희 백익남 김정은 등 중견 배우들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살려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