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통위, 금리 동결에 '무게'…한은, 회사채 직접 매입 나설까[이슈+]

채권전문가 89% '금리동결' 전망
금통위원 4명 교체 전 마지막 금통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경DB)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9일 열린다. 이번 금통위는 4명의 금통위원 교체 직전 열리는 마지막 금통위다. 시장은 기준금리 향방보단 추가 유동성 정책이 나올지에 더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지난달 임시 금통위를 통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던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은,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 검토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10명 중 9명은 금통위가 4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금리 동결을 점쳤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지난달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대책까지 내놓은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봤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추가 유동성 조치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굵직한 정책들이 나왔지만 국채조차 안전자산이 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방식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이어 증권사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자금시장 경색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 여부 및 구체적인 방안은 이르면 4월 금통위에서 논의해 확정할 전망이다. 한국은행법 제80조에 따르면 금통위원 4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비은행 금융사에 대출이 가능하다. 한은이 비은행 금융회사 지원에 나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하다. 당시 대출 자금은 한국증권금융(2조원) 신용관리기금(1조원)을 통해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에 들어갔다.

◆"단기자금 시장 우려" 직접 나서야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어려워지자 한은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신용경색 우려로 인해 중앙은행이 더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는 회사채 CP 등의 직접 매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보고서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은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자금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외국의 중앙은행처럼 우량 회사채를 매입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미국 중앙은행(Fed)은 특수목적기구를 설립해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고 있지만, 한은은 신용위험을 지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다만 한은이 매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지급보증에 나선다면 회사채 매입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번 금통위를 끝으로 4명의 금통위원(고승범 신인석 조동철 이일형)이 물러나게 된다. 전체 금통위원 7명 중 절반 이상이 바뀌는 것이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조윤제 전 주미대사,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진일·신관호 고려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 주상영 건국대 교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다.한은 총재의 추천인 이일형 위원의 경우 연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금통위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총재도 이 위원의 연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금통위원은 규정상 연임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연임한 전례는 없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