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입 환자 늘자…정부, 美·中 제외 148개국 사실상 입국 금지

한국인 입국 금지국에 비자면제 잠정 중단

유럽 41개국·아태 36개국 등 대상
정부 "사증 발급받으면 입국 허용"
20일새 검역지침 다섯 차례 바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14일간 의무적으로 격리하기로 한 것에서 한발 나아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 나라의 국민은 당분간 사증(비자) 없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정부가 추가 입국제한 조치를 꺼내면서 해외 유입 환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 검역 대응 지침은 20일 새 다섯 차례나 바뀌게 됐다.
한국인 입국금지 148개 국가 및 지역8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한 나라는 유럽 41개, 아시아·태평양 36개 등 모두 148개 국가 및 지역이다. 한국에 일반 국민이 사증 없이 들어올 수 있는 나라는 호주와 캐나다 113개 국가 및 지역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인을 입국금지한 나라 국민은 사증 없이 한국에 입국할 수 없다. 한국인 입국을 막지 않으면서 한국에 비자 면제·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멕시코, 아일랜드, 슬로베니아 등 극소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상당수 비자 면제·무비자 입국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은 무사증 입국 대상국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외교부는 추가 입국제한 방안이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치 대상국 국민이라도 한국 정부로부터 사증을 발급받으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우한 지역 외에는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일관되게 흐름을 통제한다는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했다.

“사실상 입국금지 준하는 조치”

그동안 정부는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공항검역 시스템에 기대어 해외 코로나19 유입을 방어해왔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답변해왔다.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1일부터 모든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했지만, 하루 입국자 수는 여전히 5000여 명에 이른다. 외교부에 따르면 7일 해외 입국자는 5073명이었고 이 중 외국인은 1262명(25%)이었다.

국내 거주지가 분명하지 않은 외국인은 단기체류 시설에 머물도록 했지만 이들이 갈 시설도 부족해졌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단기체류자가) 예상보다 줄지 않아 추가 시설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20여 일간 다섯 차례 바꿔이날 무사증 입국 제한 방침이 발표되면서 정부의 검역 지침은 20여 일 새 다섯 차례나 바뀌게 됐다. 지난달 22일 유럽 입국자는 모두 검사하기로 한 지침이 시작이었다. 이틀 뒤인 24일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하고 사흘 안에 검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검사 인력 부족 때문이다.

미국발 장기입국자는 27일부터 모두 14일간 자가격리하고 유증상자만 검사하는 지침을 내놨다. 이달 1일부터는 모든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발생 상황에 따라 사증발급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입국금지에 준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79일간 유지했던 개방형 방역이 변화를 맞았다는 것이다.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일 기준 1만384명이다. 전날보다 53명 늘었다. 신규 확진자 중 24명은 해외 유입 확진자다. 검역단계에서 확진된 사람은 14명이었고 10명은 지역사회 활동을 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해외 유입 확진자는 832명으로 늘었는데 이들 중 내국인은 766명, 외국인은 66명이다. 유럽 입국자가 401명으로 48.2%를 차지했고 미주지역이 320명(38.5%)으로 뒤를 이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