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두산…솔루스 매각 나선다

수은 채권 6000억원 대출전환
지분 51% 팔아 상환여력 증명
주요 사모펀드에 투자의향 조사
두산그룹이 (주)두산 자회사인 두산솔루스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해 받는 대신 상환 능력을 입증하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그룹은 주요 사모펀드에 두산솔루스 경영권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투자 의향을 조사했다. 두산솔루스 지분 51%가량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대형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사전 주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두산은 매각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이 그룹 내 성장동력인 두산솔루스 매각에 나선 것은 수출입은행이 이달 27일 만기인 두산중공업의 외화채권 6000억원어치를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신 상환 능력을 증명하라는 조건을 붙이면서다. 이번 대출 전환은 지난달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지원해주기로 한 1조원 한도 대출과는 별도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출로 전환해주지 않으면 차환 발행을 통해 위기를 넘겨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두산솔루스의 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성장성이 높아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지분 47%를 두산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고, 18%를 (주)두산이 보유하고 있어 현금 5000억~6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매각한 뒤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마련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두산솔루스는 배터리 음극재 재료인 전지박(동박)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제조하는 회사다. 지난달 헝가리에 1만t 규모 전지박 생산공장을 준공했고, 올해 생산 물량은 수주 계약을 마쳤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두산타워 매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주)두산은 이미 두산타워를 담보로 채권 1500억원을 발행했고, 2500억원의 대출도 받았다. 매각가 4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두산타워를 처분해도 추가적인 현금 확보가 어렵다.

산업은행과 수은은 이달 초 두산중공업에 경영자문역을 한 명씩 파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핵심자산 리스트를 받은 뒤 매도해도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는 자산을 추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르면 이번주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받아본 뒤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대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수빈/김채연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