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코로나 이용해 패권 노리는 中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대한 봉쇄 조치가 지난 8일 해제됐다. 1월 23일 우한을 전격 봉쇄한 지 76일 만이다.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중국의 방역 조치가 성과를 거뒀다”고 자축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중국 본토 내에선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하루평균 40~50명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는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이다. 중국 당국의 통계를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확산세가 크게 둔화한 것은 분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공산당 덕에 코로나 전쟁 승리?

최근 중국 정부는 해외 유입 환자를 막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3월 28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중국을 오가는 모든 외국항공사의 항공편 운항을 한 개 도시, 주 1회로 제한했다. 중국 항공사도 국가마다 한 개 노선만 운항하고 1주일에 한 번만 오가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달 말까지 해외 유입 환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게 중국 당국의 목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공산당 지도부가 해외 유입 환자를 차단한 뒤 다음달 초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는 3월 초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 양회에서 공산당 지도부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의 영도하에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대내외에 선포할 것으로 관측된다.중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반면 세계에선 확산세가 지속되자 중국은 적반하장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일 진원지를 밝히라는 시 주석의 지시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관영 매체와 관변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연일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각국에 있는 중국대사관은 SNS 계정을 개설해 중국을 비판하는 보도를 ‘거짓 뉴스’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의 희생이 세계 각국에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며 “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中

중국은 ‘건강 실크로드 구축’을 내세워 각국을 상대로 광폭 외교도 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이틀에 하루꼴로 각국 정상과 통화하고 중국의 방역 성과를 과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113개국과 화상회의를 열어 감염 확산 방지 대책 등을 조언했다. 인공호흡기,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물자 제공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중국의 의료물자 수출액은 102억위안(약 1조7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이 생산한 의료장비를 놓고 구매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중국의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방역·의료물자를 지원하고 대책을 조언해 코로나19 피해국을 친중(親中) 국가로 만들어 미·중 패권 경쟁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세계는 물론 중국 내에서도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가장 고통받은 우한 시민에게조차 사과 한마디 없이 감시와 통제에만 몰두해왔다. 그런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은 중국인에게도 큰 불행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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