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기 에이비온 대표 "약에 잘 맞는 환자 찾는 동반진단…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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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비용은 매년 느는데“최근 신약 개발의 주요 동향 중 하나는 동반진단입니다. 에이비온은 국내 최초로 동반진단 기반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사진)는 “동반진단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승인 건수는 갈수록 줄어
동반진단 기술 활용해
항암제 신약 개발 나서
코스닥 이전 상장도 준비
○국내 동반진단 선구자동반진단이란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 이 약이 잘 듣는 환자를 찾아내는 진단 기술을 의미한다. 똑같은 위암 폐암이어도 사람마다 암을 일으킨 이유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동반진단 기술을 활용하면 항암제 신약을 개발할 때 적절한 환자를 모집할 수 있어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4년 신약 개발과 동반진단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듬해 ‘체외동반진단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석·박사 시절 분자병리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동반진단 기반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2007년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동반진단은 환자군이 작아 시장이 크지 않다. 이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항암제동반진단사업단장을 맡으며 차근차근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세계 주요 제약기업의 신약 개발 비용은 매년 증가하는데 신약 승인 건수는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됐어요. 어떤 약을 개발했는데 분명 효과는 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신약 개발에는 약에 잘 맞는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이를 위한 수단이 동반진단입니다.”
○고유한 동반진단 기술로 항암제 개발
에이비온은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저해제를 기반으로 한 고형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적응증은 비소세포폐암 위암 등이다.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170만 명이다. 비소세포폐암에 여러 항암제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치료 초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예후를 보이다 내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많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일으키고 있다.에이비온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ABN401은 c-MET 변이로 암이 발생한 환자를 선별해 투여하는데, 다른 TKI 항암제 내성환자도 이에 해당된다. c-MET가 활성화되면 암세포가 과도한 증식을 요구하는 신호를 내보낸다. 에이비온의 ABN401은 이를 억제하는 개념의 치료제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캡마티닙과 머크의 테포티닙은 임상 2상에서 탁월한 유효성을 인정받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c-MET 발현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에이비온의 동반진단 노하우다. 에이비온은 피에 떠다니는 암세포인 순환종양세포(CTC)와 드롭렛디지털중합효소연쇄반응(ddPCR) 두 가지를 활용한다. 에이비온은 혈액을 활용한 액체생검으로 동반진단을 하기 때문에 경쟁 제품인 캡마티닙, 테포티닙이 수행해야 하는 조직생검보다 검사 편의성 및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폐는 조직 특성상 생검이 쉽지 않다. 주기적인 혈액검사로 c-MET 발현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면 더 빠른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기술수출 가능성 높아”에이비온은 ABN401이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요법을 통해 경쟁 제품에 비교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BN401은 지난해 8월 임상 1·2a상을 한국과 호주에서 시작했다. 임상 2상은 내년 하반기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 중 EGFR 저해제를 개발하는 곳은 필연적으로 c-MET 저해제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기술수출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코넥스 상장 기업인 에이비온은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스팩 합병 추진 이후 3년 만의 재도전이다. 신 대표는 “그동안 난제로 여겨지던 c-MET 저해제 분야에서 실마리가 보이는 만큼 에이비온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ABN401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고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