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 "환인제약과 뇌파진단 시스템 출시…연내 우울증 전자약도 내놓겠다"

전자약 플랫폼 '마인드'
세계 최초로 집과 병원 연계
뇌질환 치료 서비스 시대 열어

질환별로 전기자극 달리해
환자 치료 효과 높여
“지난달 환인제약과 함께 뇌파진단시스템을 출시하며 본격 시장 진출에 나섰습니다. 올해 안에 우울증 전자약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사진)는 “우리가 개발한 전자약 플랫폼 ‘마인드(MINDD)’는 환자가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KAIST에서 기기 소형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3년 회사를 창업하며 뇌질환 전자약 개발에 뛰어들었다.○전기자극 줘 뇌 기능 개선

전자약은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줘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가리킨다. 이 대표는 “중추신경계 질환(CNS) 치료기기 시장은 연평균 16%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의료기관이 아니라 집에서 편두통, 우울증 등을 장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소형 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고 했다. 2011년 이후 CNS 치료제 개발을 점차 축소하는 게 제약업계 분위기다. 그는 “CNS 치료제의 임상 성공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 등 새로운 기술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뇌에 전기자극을 주면 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하고 뇌 가소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가소성은 뇌세포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하는데 뇌 가소성이 높을수록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이 대표는 “질환별로 전기자극 위치, 강도, 패턴 등을 달리하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와이브레인은 최적의 전기자극을 줄 수 있도록 자극 강도를 적정 수준으로 제어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연내 우울증 전자약 출시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전자약 플랫폼 마인드는 세계 최초로 재택과 병원을 연계한 뇌질환 치료 서비스다. 의사가 ‘스테이션’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상태에 적합한 전자약 처방을 내리면 환자는 집에서 스테이션에 연동된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고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마인드를 도입한 병원이 환자에게 기기를 대여하고 환자는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한다.와이브레인은 마인드가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6개월 안에 80%가 복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환자의 기기 사용 여부, 사용 시간, 횟수 등을 스테이션에서 원격으로 확인해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의사가 환자 상태를 관찰하며 처방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울증, 치매, 불면증, 편두통 등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출시가 가장 앞선 것은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 스팀’이다. 국내에서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고 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우울증 보조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지만 단독치료기기로 다시 허가받기 위해 임상 데이터를 쌓고 있다. 올여름 임상을 마칠 예정이다. 그는 “미세 전류를 두피에 흘려 감정과 인지를 조절하는 전두엽 뇌신경에 자극을 줬더니 우울증 지수가 낮아졌다”며 “올해 안에 마인드 스팀을 국내에서 출시하고 미국에서 임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치매 임상은 12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치매 전자약 임상이다. 내년에 종료된다. 이 대표는 “6개월 동안 매일 환자가 집에서 마인드를 통해 30분 동안 치매 치료를 받는 임상”이라며 “마인드 플랫폼이 없었다면 이 같은 임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뇌파진단시스템 영업 본격화

와이브레인은 지난달부터 환인제약과 손잡고 국내 종합병원, 병의원을 대상으로 뇌파진단시스템 ‘마인드 스캔’ 영업에 나섰다. 환인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정신과 관련 의약품 분야에서 선두로 꼽힌다. 마인드 스캔은 실시간으로 뇌파를 분석해 뇌 기능 이상을 분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대표는 “현재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은 행동 관찰과 면담만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다”며 “뇌 이상을 수치화 및 영상화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을 돕고 증상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