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라…경제는 코로나를 이길 것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버논 스미스 미국 채프먼대 교수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부정적 측면 초점 맞추며 살지만
지금은 잘못된 믿음서 배울 시간

백화점·영화관 등 하향길 산업
코로나 사태가 추락 부채질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와 우리 미래에 끼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재택근무 등을 하는 동안 이 전염병이 실시간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자. 경제적 행운이 뒤따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슈퍼마켓과 약국의 진열대를 싹 비웠다. 사재기는 관련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당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잘나가고 있다. 약국 식료품점 등은 아르바이트를 더 많이 채용하고, 초과근무 수당도 더 지급하고 있다.세계는 상당히 분산화돼 있다. 많은 선택권이 보장돼 있다. 내 아내는 최근 프린터와 복사기, 스캐너 기능을 갖춘 복합기를 사고 싶어 했다. 여러 곳의 상점에 전화를 돌린 끝에 간신히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전제품 수요는 이처럼 꾸준하다.

우리는 종종 부정적인 측면과 발생 비용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간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좀 더 차분하게 준비하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 부정적인 결과로 실망하는 것보다 기분 좋게 놀라는 게 항상 나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잘못된 믿음에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틀린다는 것’은 우리가 알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실험경제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크게 세 번 틀렸다. 그때마다 번번이 새로운 배움으로 이어졌다.첫 번째 실패는 비(非)내구재에 대한 수요-공급 모델은 가격과 판매량을 예측할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니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둘째로, 투명한 정보가 상시 유통되는 자산 시장에서 가격 거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품이 얼마든지 생기는 게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익명으로 짝지워진 두 명 또는 세 명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합의에 이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봤다. 놀랍게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부론》을 저술한 애덤 스미스는 인류의 ‘상호주의’를 이해했으니, 이런 점이 놀랍지 않았으리라.

우리가 결과적으로 옳다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스미스가 내세운 자기 기만, 즉 ‘확증 편향’의 일종이다. 사람들은 3개월간 방역 비용이 얼마나 들지를 따진다. 이런 계산은 이미 경쟁 격화로 하향길을 걸어온 기업 및 상품의 추락을 부채질할 것이다. 오프라인 백화점이나 영화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런 곳은 주상복합 아파트나 할인점 같은 곳으로 혁신적인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도산을 면할 수 있다.실제로 전통 영업 방식을 고수해온 다양한 서비스·시설이 택배 및 테이크아웃 전문점 등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거래 비용이 급격히 떨어진 운송 기술의 혜택을 실시간으로 누리면서 말이다.

방역 기간이 길어지면 많은 기업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작고 젊은 기업들이 탄생한다. 오늘날의 거대 기업 중 상당수는 1990년대만 해도 소기업이었다. 이들은 닷컴 버블이 붕괴한 뒤에도 생존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전염병 위기가 여전하다고 해서 시장의 추락만 생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변화·성장·생존에 초점을 맞춰보라. 지금은 빈약한 사회도, 초라한 경제도 아니다. 그저 동정심을 내보이고 싶다면 북한이나 베네수엘라를 상상하면 된다. 거기 사람들은 유행병이 없어도 ‘빈 진열대’가 뭔지 잘 알고 있다.코로나19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다시 일터로 향하면 경제는 금방 회복한다. 새로운 차원의 번영이 시작될 것이다. 소비자 친화형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눈치 챌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법만 등장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돈을 쓰게 마련이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호텔을 예약할 것이다.

전혀 비관할 필요가 없다. 위기는 순식간에 지나갈 테니까. 각국 경기부양책은 금융 충격을 크게 완화할 것이다. 오히려 위기 이후에 “정책 결정자들이 왜 이렇게 과잉 반응했는지” 곱씹어볼 것이다. 물론 지금은 정답을 알 수 없다. 경제 위기의 두려움이 전염병과 함께 사그라들 것이란 점만 분명할 뿐이다.

생산 확대와 함께 찾아오는 인플레이션은 실질적인 위협이다. 인플레이션이야말로 생산성을 조절하는 가격 조정 시스템을 왜곡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물가가 오를까 무서워 서둘러 현금을 쓰다가 갑자기 집안에 갇혀 지내는 지금 정반대 상황이 된 게 대표적인 예다.

세상은 복잡다단한 곳이다. 나의 예측 중 일부는 틀릴 수 있다. 틀리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다. 또 다른 배움의 기회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원제=The Economy Will Survive the Coronavirus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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