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전화로 잠 깨우고…' 온라인 개학 첫날 곳곳서 차질

접속 불량으로 영상 끊겨 혼란…학생들, 집중력 저하 호소도
시스템·장비 문제로 쌍방향 수업 드물어…주로 EBS나 녹화 동영상 활용
'다시 자는 거니? 이제 학습 1강 들어야지.'
출석 확인만 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기자 교사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수업 참여를 독려했다.새 학기 첫 수업을 집에서 스마트기기로 진행하는 온라인 개학의 한 풍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국 중3과 고3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9일, 학생들은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선생님과 만났다.

원격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콘텐츠나 교사가 녹화한 강의를 보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3개 유형으로 진행된다.그러나 개학 첫날부터 시스템 부하 우려나 장비 보유 문제가 있는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하는 학교는 많지 않았다.
◇ EBS 콘텐츠 수시로 끊기고, 쌍방향 수업은 '언감생심'
경기도 A중학교는 난생처음 해보는 온라인 개학에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개학식 중 교장 인사말을 사전에 영상 제작해 이날 학생들이 접속한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올려줬는데, 교장의 음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학교 내 동영상 촬영을 위한 전문적인 장비가 없어 스마트폰으로 제작했다가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다.

A중학교 교사는 "전문 촬영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비도 없을뿐더러 충분한 준비 시간이 없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나마 우리 학교는 한달여 전부터 준비를 해온 건데도 크고 작은 어려움과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쌍방향 수업이 어려우면 EBS 자료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EBS 동영상이 내 수업은 아니지 않느냐"며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습 노하우를 담아 자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충분한 장비가 없으니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인천지역 고등학교는 일시적으로 학생들의 EBS 온라인클래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교육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 고등학교 상당수는 EBS 온라인클래스를 수업 플랫폼으로 활용했으나 일부 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제때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내 와이파이 등 연결이 불안정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1교시부터 아이들이 온라인클래스에 접속이 안 돼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접속되긴 했으나 원활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천지역에서 화상 수업 방식을 도입한 곳은 중고등학교 261곳 가운데 104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강좌 시범학교로 선정돼 준비를 차근히 해온 제주시지역 한 고등학교는 이날 수업 오전 수업을 모두 쌍방향으로 진행했다.

유튜브를 활용한 쌍방향 수업의 경우 유튜브가 교사의 데스크톱 바탕화면에 윈도우 표시를 감지한 탓에 저작권 문제로 오류가 발생, 수업을 시작하는 데 잠시 차질을 빚었다.

또 3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 접속한 탓에 중간중간 끊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많은 학생이 수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 학생 질문에 대한 피드백이 어려운 상황도 발생했다.

강원 춘천지역 한 중학교 3학년생 A(15)은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출석 확인을 마친 뒤 9시 10분부터 시작하는 사회 과목을 듣기 위해 EBS 온라인 클래스의 수업 영상을 재생했지만, 강의가 나오지 않아 혼란을 겪었다.

EBS 온라인클래스를 이용하는 도내 많은 학생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다.

접속 장애가 이어지자 EBS는 온라인클래스 홈페이지에 접속지연 안내문을 띄우고 학생들에게 자기주도 학습을 권장했다.

학교 내 교사들은 교무실이나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에 대한 질문에 답하거나 접속 장애 증상을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접속 장애 증상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다.
◇ 학생 집중 못 하고, 교사가 전화로 잠 깨우기도
그동안 없던 학교 수업 방식에 집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많았다.

광주광역시 상당수 학교는 콘텐츠 활용형을 채택했다.

영상 콘텐츠를 틀어주고, 틈틈이 교사가 학생들과 채팅이나 게시판 등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이다.

광주 상일여고에서도 미리 찍어놓은 영상을 학생들이 각자 재생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교사는 카카오톡으로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했다.

출석 확인만 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겨나자 교사는 "다시 자는 거니? 이제 일어나서 학습 1강 들어야지"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수업 영상을 재생시키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잠을 깨우거나 접속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수업 효율을 높이려면 접속 오류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접속 후 각자 볼일을 보는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하고 유지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는 나왔다.

제주에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제주시지역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진모(15)양은 "첫 수업이라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계속 이렇게 수업하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긴 한다"며 "친구들도 이게 수업이 맞는 건지 많이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김모(46·여·제주시 연동)씨는 "첫 수업이라 걱정이 돼 하루 연차를 쓰고 지켜보는 중인데, 백번 양보해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면서 "동영상만 틀어주고 출결 체크도 제대로 안 되는데 이게 무슨 학교 수업이냐. 교사와 학생 간 주고받는 것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만 큰 불편함이나 어색함 없이 무난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었다.

대전 변동중학교 온라인 영어 수업은 대화방 기능이 있는 구글미트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달 초부터 온라인 수업을 연습해 와서 학생들이나 교사 모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팅방을 이용해 영어 작문을 하고 이를 읽기도 했으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보이며 수업을 진행.
우수민 교사는 "실제 수업과 비교해 아이들 집중도나 현재 상황 같은 것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파악할 수 없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차츰 메뉴 개발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조성민 이영주 홍현기 손상원 백나용 양지웅 허광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