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아닌 '국회의원 후보' 태구민 "강남, 고향에 온 기분"

[격전지 가보니-강남갑]
"민주당 김성곤, 당론과 위배되는 공약 이행 가능한가"
"지역 주민들 반응 뜨겁다…모두가 적극적으로 응원"
"소득주도성장에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 무너졌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 태영호가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했다. 태구민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의 이야기다. 그는 '북한 주민을 구하겠다'는 뜻의 가명을 갖고 대한민국 국회의원 후보로 입후보했다.

태 후보는 2016년 12월 주민등록을 취득할 당시 북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태구민이라는 가명과 실제와는 다른 생년월일을 등록했다.총선을 계기로 원래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찾기 위해 개명 신청을 했으나 개명에 3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돼 주민등록상의 이름인 가명으로 선거에 나서게 됐다.

보수의 성지 강남갑과 탈북자가 다소 '미스 매치'라는 우려에도 태 후보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강남갑 후보야말로 당론과 미스 매치 되는 공약을 내걸었고 강남 유권자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주장이다.

태 후보는 평범한 선거 유세가 아닌 주민들과의 대화에 초점을 둔 선거 유세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뿜어내기도 했다. 다음은 태 후보와의 일문일답.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 이번 총선에 출마하게 된 계기와 어떠한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딱 한 마디로 정립할 수는 없다. 다만 저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통해서 제가 걸어왔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가치관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봤다. 이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북한에서 온 청년 두 명이 '김정은은 범죄자'라고 한 그 말 한마디에 포승줄에 묶여서 북송되는 일이 있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대한민국 헌법 3조를 헌법대로 이행할 수 있는 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런 생각들이 합쳐지고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

▷ 김성곤 민주당 후보는 태 후보를 두고 '깜깜이 후보'라며 비판을 하고 있다. 태 후보 과거와 관련해 어떠한 것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깜깜이 후보인지 아닌지는 지난 5일 후보 간 정책 TV 토론회를 하면서 검증됐다. 저는 김 후보보다 비록 늦게 출마했지만 강남이 안고 있는 지역 현안 이슈를 다 알고 있다. 김 후보와 저의 차이는 당에 있다. 김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나 제 공약이나 백 보 오십 보 유사하다. 김 후보가 강남갑에서 당선이 된다면 정부여당의 정책, 당론과 위배되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당론, 정강으로 지역 민심을 반영하는 통합당 의원들이 강남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은 강남 주민들이 모두 알고 있다. 주민들이 민주당의 기만과 거짓선전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강남갑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탈북자 출신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시선은 어떠한가?

"저도 처음에는 느꼈다. 막상 강남에 와서 골목을 다니면서 보니까 저에 대한 강남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역 상권을 돌면서 인사하면 모두가 TV로 봐서 알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응원해줬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강남갑은 특히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지역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 공시가격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공약도 발표 했다. 직접 강남에 와 유권자들을 만나보니 부동산 문제에 대한 강남갑의 시선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19번이나 내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40%가량 뛰었고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는 무시한 채 세금과 규제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집착하고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 주민들은 집 한 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폭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남 주민들은 실효적이지도 못하고 불합리한 부동산 과세 정책을 고집하는 현 정부에 대해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고 계신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은 지금까지 실패한 무능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 그 밖에도 강남갑 선거 승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문제이다. 강남갑은 경제1번지라고 불린다. 그만큼 우리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 강남이 지금은 소위 잘 나간다는 상권도 다 죽은 상황이다. 이렇게 경기가 침체되고 회복이 되지 못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험의 실패와 과도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이 정부는 재건축을 투기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신규주택공급을 차단하고 있어 강남 건설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기침체 상황을 극복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 강남 문제도 있지만 국회에 들어가면 대북문제에 대한 역할도 있을 것이다. 국회에 들어가 대북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은가?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인식을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북한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것이 여야 어느 한쪽의 아젠다가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로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인권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갑자기 다가올 수 있는 통일을 차분하고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래 통일 한국을 대비하는 초석을 제대로 놓고 싶다."

▷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에 비해 10%가량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현 상황 유지를 위한 주요한 전략이 있다면?

"끝까지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 후보자로서 주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높은 투표율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급적 많은 분이 투표하실 수 있도록 독려할 생각이다."

▷ 유권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이번 총선은 매우 중요한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들의 이익을 국회에서 대변할 수 있는 당을 뽑아주셔야 이 나라가 바로 서고 무너지는 대한민국 경제가 산다. 올바르고 위대한 선택을 해달라."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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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