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료 운동' 했더니 대기업 본사도 혜택받아

편의점 임대료 인하로 본사에 혜택…"취지 어긋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돕기 위한 '착한 임대료 운동'으로 편의점 본사 등 대기업도 혜택을 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CU 가맹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57)씨는 최근 임대인(건물주)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임차인을 돕겠다며 임대료 40만원을 깎아주기로 했으나 24만원밖에 감면받지 못했다.

해당 점포는 강씨와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이 각각 60%와 40% 비율로 임대료를 부담한다.

건물주가 월 임대료 300만원 가운데 40만원을 인하해주기로 했으나 감면 혜택도 임대료 부담 비율대로 강씨와 BGF리테일이 각각 24만원과 16만원으로 나눠서 가져가게 된 것이다. 강씨는 9일 "착한 임대료 운동의 취지 자체가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는 것인데 대기업이 감면 혜택을 받았다"며 "이 부분을 담당 직원에게 이야기했으나 별다른 답변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사례는 강씨뿐만 아니라 본사와 점주가 임대료를 함께 부담하는 다른 편의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편의점 외 일부 프랜차이즈 점포의 점주도 본사와 임대료를 함께 부담하는 경우가 있어 임대료 감면에 따른 혜택이 소상공인에게 오롯이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 본사 등은 계약 관계에 따라 점주와 임대료를 나눠 내는 상황에서 점주에게만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이 건물주를 찾아가 설득하는 등 임대료 인하에 기여했다"며 "점주를 위해 폐기 지원, 점포 방역, 위생용품 제공 등을 했는데도 계약 내용을 상회하는 요구를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서는 전날인 8일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착한 임대료 운동으로 1천99개 점포에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점포들은 일정 기간 적게는 10%, 많게는 100%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이 중 가맹점 형태인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서홍진 인천시 공정거래지원센터 팀장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계약관계에 따라 임대료 혜택을 나눠 갖는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임대료 혜택을 받은 가맹본부에서 수익 배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