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서버 전쟁' 첫날…승자는 MS 아닌 네이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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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IT社, 클라우드로 격돌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기술(IT) 서비스 경쟁에서 네이버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과 미국의 IT 분야를 대표하는 양사는 9일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서 수십만 명의 학생이 몰린 각기 다른 온라인 공공교육 사이트의 서버 운영을 맡았다.
EBS '온라인 클래스'
MS가 담당했는데
로그인 차질·자료공유 애먹어
교육학술정보원 'e학습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이 맡아
접속장애 없이 학습 원활
첫날 네이버가 운영하는 ‘e학습터’가 순조롭게 출발한 반면 MS가 맡은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는 각종 장애가 이어졌다.온라인 개학으로 한·미 기업 경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이날 온라인 방식으로 새학기를 시작했다.
각 학교는 이날 화상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미리 제작된 교육 동영상을 보는 방법 등 원격 수업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해 수업했다. 이날 개학한 학생들은 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와 EBS의 ‘온라인 클래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이날 IT업계는 한·미 IT 기업 간 기술 경쟁에 주목했다.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 서비스의 바탕인 클라우드 서버를 각각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과 MS가 맡았기 때문이다. 두 업체 모두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모두 동시 접속자 수 300만 명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서버를 확충했다. NBP는 최근 관련 서버 용량을 기존보다 200배 늘렸다.
첫날은 네이버 ‘판정승’
개학 첫날 네이버와 MS는 확연히 다른 하루를 보냈다.고등학교 3학년이 이용한 EBS 온라인 클래스는 수업을 시작한 오전 9시부터 사이트에 오류가 발생해 학생과 교사 모두 불편을 호소했다. 학생들은 수업 참여에 필요한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교사들은 수업 자료를 학생과 공유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 서버가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EBS 온라인 클래스의 최대 동시 접속자는 26만7280명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혼란과 관련해 EBS 측에 접속 및 업로드 지연의 사유와 조치 사항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이 주로 이용한 ‘e학습터’에서는 특별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최대 동시접속자는 12만832명에 달했지만 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NBP 관계자는 “e학습터는 베스핀글로벌,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기업이 연합군처럼 뭉쳐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학생들의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로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 간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은 앞으로 더 긴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늘어나 오는 20일에는 최대 448만 명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온라인 개학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 확대와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클라우드 시장은 외국 업체 독무대였다. 2018년 기준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MS, SAP 등 해외 업체들이 인프라 서비스(IaaS), 플랫폼 서비스(PaaS),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증가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해 국산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는 기업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3427억원에서 2022년 3조7238억원으로 3년 새 58.9%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예상한 규모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의 증가로 클라우드 시장이 이 같은 전망보다 더 성장할 것이란 게 IT업계의 분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