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짜사업 팔아 위기탈출…'두산 승부수' 이번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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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솔루스 6000억에 매각두산그룹이 (주)두산의 ‘알짜’ 자회사인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채권단 추가 지원 '숨통' 트이지만
여전히 갚을 빚 2조 남아
오너일가, 보유지분 44% 팔아
자금난 두산重 지원할 듯
이번 매각이 성사돼 현금을 대거 확보하면 채권단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수은이 이달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외화채권 5억달러(약 6000억원)의 대출 전환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매각이 이뤄지면 두산은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여전히 2조원 이상의 차입금이 남아 있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자산 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알짜 계열사 결국 매각
두산이 매각하기로 한 두산솔루스는 신사업을 벌여온 계열사 중 가장 유망한 곳으로 꼽힌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보다 앞서 신사업을 선점해 불확실성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직접 챙길 정도로 두산솔루스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평가됐다.2019년 (주)두산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한 두산솔루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유일한 전지박(동박) 생산기지를 지난달 말 헝가리에 완공해 시범 가동하고 있다. 연간 1만t의 전지박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소재로, 전류가 통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두산은 2014년 룩셈부르크 업체 ‘서킷포일’을 인수하며 전지박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9년에 사업부를 분리해 두산솔루스라는 법인으로 출범했다.
두산솔루스는 2021년 말까지 이 공장을 2만5000t 규모로 증설하고, 2025년까지 5만t규모로 키울 계획도 세웠다. 두산솔루스는 이 공장이 장기적으로 10만t 규모를 갖추면 전지박 매출만 연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국내 중형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두산솔루스 인수에 나선 것도 성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지난해 (주)두산이 두산솔루스를 인적분할한 뒤부터 매각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금융계에서는 두산솔루스 매각으로 들어온 자금 6000억원 중 대부분을 두산 오너 일가가 사채 출연을 통해 두산중공업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 오너 일가는 두산솔루스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속도 내나
급한 불은 껐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두산중공업이 연내 갚아야 할 차입금 4조2000억원 중 외화채권 대출전환, 자체 자산과 한도대출을 통한 채권·대출 상환을 제외하더라도 2조원 이상의 차입금이 남는다.두산중공업은 시중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만기 연장 등 추가 지원은 두산중공업이 이번주 중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안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산솔루스 매각이 성사되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할 자구안의 핵심은 지배구조를 개편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은과 수은에서 한 명씩 두산중공업에 파견한 경영자문역은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는 모델솔루션, 테이팩스, 한미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테크 등 신성장 분야 기업에 투자해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PEF다.
이번 두산솔루스 인수 협상도 진 전 장관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경력을 바탕으로 두산 측과 직접 거래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진 전 장관은 공개 석상에서 국내 신성장 분야로 2차 전지 분야를 꼽기도 했다.다만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스카이레이크가 2016년에 조성한 10호 블라인드 펀드 미소진 물량은 2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 등 국내 기관투자가를 통해 모아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금융권의 자금 경색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수빈/김채연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