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ETN 큰 손실 위험"…최고 등급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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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긴급 발령금융당국이 연일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최고 수준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두 배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실제 가치 괴리율
90% 넘어도 투자자 몰려
거래소, 13일부터 단일가 매매
금융감독원은 9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레버리지 ETN에 대해 “투자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긴급 발령했다.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게 특정 테마의 주식 또는 상품을 묶어서 만든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원유 ETN은 차입 효과(레버리지)를 활용해 유가가 오를 경우 상승폭의 두 배를 벌도록 설계됐다.
원래 ETN 유동성공급자(LP)를 맡은 증권사들은 매수 수요가 많으면 매도 물량을 쌓고, 매도 수요가 많으면 매수 물량을 쌓는 식으로 괴리율이 최대 6%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하지만 투자자 매수 물량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자 LP의 보유 물량이 모두 소진돼 시장가격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구조적으로 ETN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TF와 달리 ETN은 금융당국에 일괄신고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괴리율이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면서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부터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진 ETN의 매매체결 방법을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일정시간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으로 집중 체결하는 방식)로 바꾸기로 했다. 또 괴리율 확대로 하루 매매거래정지가 된 뒤에도 정상화되지 않으면 필요할 때까지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원유선물 ETF에서도 투자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이날 삼성자산운용은 “10일 ‘KODEX WTI 원유선물 ETF’의 장내 유동성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ETF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는 미국 선물시장 전산장이 이날 휴장해 실시간 가격 조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LP의 실시간 가격 조정이 없을 경우 ETF 가격은 수급으로만 결정돼 실제 가치 대비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