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편집앱' 키네마스터, 유튜브 시대 '떠오르는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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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BIZ스토리새롬기술은 1990년대 후반 ‘코스닥 황제주’로 이름을 날렸다. 1999년 8월 상장 6개월 만에 무려 150배 가까이 주가가 폭등했다. 당시 시가총액 5조원을 돌파할 정도였다. 이후 분식회계 등으로 몰락하며 ‘닷컴 버블’의 대표 사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후 새롬이 갖고 있던 기술력과 사람을 눈여겨본 사람은 없었다.
새롬기술 출신 임일택 대표
하루 350만명이 쓰는
세계적 동영상 편집앱 키워
화려한 자막·크로마키 앞세워
유튜브 기본 편집기 자리잡아
하지만 새롬기술 출신 엔지니어들은 이후 곳곳으로 나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하루 세계 350만 명이 사용하는 동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의 임일택 대표(55·사진)도 그중 한 명이다.동영상에 올인한 20년
유튜브·언택트(비대면) 열풍에 키네마스터는 시장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누구나 ‘손쉬운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유튜브 열풍과 함께 키네마스터는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18개 언어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상품이 됐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2억1000만 건을 넘어섰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임 대표는 LG종합기술연구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개발한 반도체 칩이 당시 LG전자의 디지털 TV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연구한 결과물이 상용화되는 사례는 너무 드물었다. 어렵사리 개발에 성공해도 ‘불안하다’는 이유로 안정적인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그는 이직을 꿈꿨다. 1998년 인터넷 전화의 시초인 ‘다이얼패드’로 알려진 새롬기술이 인재들을 빨아들인다는 얘기를 듣고 임 대표도 옮겼다. 하지만 2002년 새롬기술이 분식회계 등으로 몰락하자 멀티미디어사업부장이던 임 대표는 19명의 직원과 멀티미디어사업부를 떼어내 ‘넥스트리밍’으로 새 출발했다.
넥스트리밍은 삼성·LG전자가 생산하는 피처폰에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잘나갔다. 창업 3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창업 9년 만인 2011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영상 플레이어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한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생각해봤지만 넷플릭스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
“동영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그가 찾은 출구는 ‘잘하는 일’이었다. 유튜브 시장이 열리던 2013년 임 대표는 동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를 내놨다. 자신 있는 분야였다. 임 대표는 “동영상 플레이어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동영상 편집 앱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안에서 누구나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유튜브 열풍이 불자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개발 당시 한국어, 영어 두 가지 언어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아랍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18개 언어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회사명도 넥스트리밍에서 키네마스터로 바꿨다. 배경음악, 사운드 효과, 영상 전환, 애니매이션 스티커 등 누구나 쉽게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임 대표는 “예능 프로그램의 화려한 자막에 익숙한 한국과 일본은 자막 기능을, 인도나 중국에서는 크로마키 효과 같은 신기한 기능을 요구한다”며 “유튜브 시대 기본 편집기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동영상 편집 앱 시장에서 키네마스터는 업계 매출 순위 8위, 세계 시장의 5%를 점유하고 있다. 임 대표는 “앱마다 추구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매출 비교는 무의미하다”며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고 온라인 동영상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월 6000원, 연간 3만6000원의 유료 구독 서비스를 통해 수익구조도 갖췄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2015년 적자전환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의 기대도 상당하다. 키네마스터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70.1% 뛰었다. 임 대표는 “소프트웨어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 산업을 지배한다”며 “전 세계가 사용하는 첫 번째 국산 소프트웨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대표는 ‘한국의 어도비’를 목표로 삼았다. 어도비의 포토샵처럼 세계인이 기본으로 사용하는 첫 번째 ‘메이드 인 코리아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