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클래식이야기] JTBC '부부의 세계' 속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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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현장 들키는 장면서 흐르는 베토벤한 마디 말 대신 노래 한 구절이 마음을 대신 전하기도 한다. 드라마 연출가도 등장 인물의 심리를 묘사할 때 배경음악을 활용한다. 심리 묘사가 복잡할수록 클래식 곡을 택한다. 군더더기 없이 인물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어서다.지난 4일 방영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4화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이 흘러나왔다. 극중 고예림(박선영 분)이 남편 손제혁(김영민 분)의 위치를 남편 차에 달아논 GPS로 추적해 불륜 사실을 알아채는 장면에서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했다. 이 곡은 드라마의 전개방향과 인물의 변화 과정을 암시해준다. 드라마 초반 고예림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남편의 바람기를 알면서도 참아준다. 뻔한 인물 설정처럼 보일 수 있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도 잔잔한 저음으로 시작한다. 현악기의 조화 속에서 절정으로 치달으며 웅장하고 비장하게 끝맺는다.
웅장하고 장엄한 선율로 비장미 연출
향후 전개 방향과 캐릭터 변화 암시
4화 후반부 고예림은 불륜 상대가 지선우(김희애 분)임을 직감한다. 이 장면에서 2악장의 절정부분이 흐른다. 얌전했던 고예림의 캐릭터가 복수를 하기 위해 변할 것을 암시한다. 지선우는 고예림에게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이다.
'부부의 세계'의 강동윤 음악감독은 불륜의 비정함을 나타내는 데 베토벤의 곡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곡이 고예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절정부분으로 불륜을 알게 된 후 복잡한 감정을 나타내려 했다”고 말했다. 불륜이 주제인 드라마에 사용됐지만 정작 베토벤은 불륜과 거리가 멀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런 그에게 불륜설이 제기된 적이 있다. 버나드 로즈 감독은 1995년 개봉작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연인을 추적했다. 로즈 감독은 베토벤이 남긴 편지 중 '나의 천사, 나의 모든 것…'이란 글귀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는 베토벤이 제수와 불륜관계였다고 암시한다. 베토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카스피르의 아내 요한나 라이스와 연인관계였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생전 조카 카를을 각별히 아꼈다. 때문에 19세기 사교계에선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실제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토벤은 라이스와 카를을 두고 양육권 분쟁을 벌였다. 베토벤은 라이스가 “어머니로서 자격이 없다”고 소송을 벌였다. 이유는 라이스의 도벽 때문이었다. 법원은 카를의 단독 후견인으로 베토벤을 지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