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코로나 경기부양 극적 합의…716兆 긴급 구제금융 푼다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해 5400억유로(약716조3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회원국과 유럽 기업 및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9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구제금융 지원 대책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마리우 센테누 포르투갈 재무장관(사진)은 회의가 끝난 후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엔 유럽이 필요로 하는 강력한 지원대책을 담았다”고 말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도 “실업기금과 기업 유동성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전례없는 규모의 대책”이라고 밝혔다.

구제금융 지원규모는 총 5400억유로다. △유로안정화기금(ESM) 2400억유로 △유럽투자은행(EIB) 2000억유로 △유럽실업재보험기금(SURE) 1000억유로 등으로 구분된다.

우선 EU는 2012년 출범한 EU의 상설 기구인 ESM을 활용해 회원국 및 기업에 대한 저리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EU는 총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중 2400억유로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회원국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센테누 의장은 “ESM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유일한 전제조건은 회원국이 이 자금을 코로나19 관련 대책에만 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국의 재정지출 축소 등 개혁 프로그램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EU는 두 번째로 EIB의 대출보증을 통해 2000억유로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회원국 정부를 대신해 EIB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보증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EU는 유럽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 규모의 유럽실업재보험기금(SURE)를 설립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및 경영 타격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EU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이번 대책은 EU 정상들의 추인 및 유럽의회 입법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유로존 공동채권인 이른바 ‘유로코로나채권’ 발행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로채권은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유로존 회원국이 공동으로 지급 보증한 우량 채권을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앞서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EU 9개 회원국은 지난달 25일 일시적인 유로채권 발행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재정 여력이 탄탄한 국가들은 유로채권 발행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초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7일 16시간에 걸쳐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유로채권 발행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합의에 실패해 이날 회의를 재개했다. 센테누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유로채권을 놓고 회원국 간 의견 대립이 있었다”며 “회원국 의견을 조율해 최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