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주말 맞아 가족이 함께…어린 자녀 둔 부부는 번갈아 투표

사건팀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자 토요일인 11일 오전 서울 곳곳의 투표소에는 가족 단위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주말인 만큼 시민들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집 주변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탓에 부부가 번갈아 투표에 임하기도 했다.

마포구에 사는 A(34)씨는 투표소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아빠랑 같이 안에 들어가면 병균이 많아서 안 돼"라며 어린 자녀들을 다독였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사전투표에 참여하러 왔다"며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다"며 안도했다. 이번이 생애 첫 투표라는 오준석(19)씨는 부모, 형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오씨는 "가족들이 다같이 투표하고 싶어서 오늘로 시간을 맞췄다"며 "직접 투표를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다"며 웃었다.

부부인 남항복(82)씨와 오연례(80)씨는 두 손을 꼭잡고 성북구 돈암1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았다. 오씨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위생장갑도 나눠줘서 코로나 걱정은 하나도 안 된다"며 "우리나라 살림을 할 사람들을 뽑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투표한 김재중(54)씨는 "아내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왔다가 경남 밀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께 투표했는데 정말 간편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영(29)씨는 "솔직히 코로나 때문에 고민하긴 했다"면서도 "선거는 관심이라기보다 항상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B(30)씨는 "수험생으로서 코로나에 걸리면 치명적이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4년에 한 번인 선거인 만큼 투표는 꼭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전국의 누적 투표율은 14.04%에 달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오전 9시 기준 투표율은 6.12%였는데 두배를 훌쩍 넘긴 것이다.

은평구에 사는 이모(52)씨는 "평소에도 사전투표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무조건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거가 이뤄지는 만큼 투표소 직원들은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체온을 측정하고, 손을 소독한 뒤 위생장갑을 끼고 선거에 임했다.

투표소 안에선 앞뒤 사람 사이 거리를 1m 이상으로 유지했다.

마스크 없이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은 "집에 가서 마스크 가져오셔야 해요"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송파구 잠실2동 주민인 차모(45)씨는 "주민센터 바깥에는 안내요원이 없어 안전거리가 잘 유지되지 않기도 하지만 서로 어느 정도 매너를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들은 길이가 48.1㎝에 달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에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모(27)씨는 "길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정당 이름이 생소하고 비슷해 헷갈렸다"고 말했다.

박모(68)씨는 "너무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며 "바람잡이로 나온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정당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모(66)씨는 "비례대표 명부가 너무 길어서 어렵긴 했다"면서도 "다들 나라를 살려보겠다고 나온 것이니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전투표를 원하는 유권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신분증을 갖고 가까운 사전투표소를 찾으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