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았던 교회마저 내일 '부활절 예배'…한국도 미국도 갈등 확산

서울시내 교회 2000곳 넘게 예배 예정
정총리 "걱정된다"…문 대통령 "잘 넘겨야 한다"
미국서도 종파 따라 갈등 속속
지난 5일 경북의 한 교회에서 신자들이 앞뒤와 좌우를 널찍이 띄우고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내일(12일) 부활절을 맞아 교회들이 현장예배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자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을 닫았던 일부 교회들까지 현장 예배에 합류할 예정이다. 교회들은 방역과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한 와중이어서 우려를 떨치수는 없는 상황이다.

개신교회의 절반 가량이 현장예배를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11일 한국기독교언론포럼(한기언)에 따르면 현금규모가 큰 전국 412개 교회 중 203곳(49%)이 오는 12일 부활절 예배에서 현장예배(온라인예배 병행 교회 포함)를 진행한다.이는 지난 5일 주일예배에서 온라인·가정예배를 올린 교회 257곳(62.4%) 중 61곳이 부활절 예배를 현장예배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면서 나온 수치다. 당시 현장예배를 한 교회는 142곳(34.5%)이었고, 13곳(3.2%)은 예배형식이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부활절에 현장 예배를 할 예정인 교회가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내 6400여개 교회 중 지난 5일 현장예배를 한 곳은 1914곳이었는데, 12일에는 이보다 10% 가까이 늘어난다는 추정이다. 대형교회 중 부활절에 현장예배를 할 예정인 곳은 광림교회, 연세중앙교회 등이다.

금란교회와 새문안교회 등은 이번 주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현장 예배를 재개한다. 온누리교회는 대형 주차장에서 차 안에서 예배를 볼 예정이다.충청북도의 경우 전체 개신 교회의 절반 이상이 부활절 현장 예배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북도가 전수조사한 결과 도내 2075곳 중 61%인 1269곳이 부활절 현장 예배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대구시도 전수조사 결과 지역 내 교회 1377곳 중 26.4%인 363곳이 부활절 현장 예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독교계에 "이번 주말 부활절을 맞아 작게나마 집회를 계획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규확진자가 떨어졌지만 조마조마하다"며 "부활절과 총선만 잘 넘긴다면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기의 중요성을 밝혔다.미국에서도 부활절 예배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고, 가톨릭교회와 주요 개신교 교단도 부활절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예배 제한 여부를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몇몇 교회 목사와 반정부 활동가는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위반으로 이미 고발된 플로리다주의 로드니 하워드 브라운 목사와 루이지애나주의 토니 스펠 목사는 종교적 자유를 강조하며 부활절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펠 목사는 "사탄과 바이러스가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부활절 예배에 2000명 이상의 신도가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로디시의 존 덩컨 목사도 코로나19 행정명령으로 교회가 폐쇄됐음에도 "비밀리에 다른 곳에서 부활절 예배를 강행한다"고 선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