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엎드린 통합당, 위기감 커지자 슬로건까지 바꿨다

미래통합당이 12일 '폭주냐, 견제냐'라는 새 슬로건을 내세웠다. 총선 막판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가능성이 거론되자 정권 견제론을 부각시켰다. 직전 슬로건은 '바꿔야 산다'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선에서 최대 과반(150석)이 넘는 의석 수를 노렸던 통합당은 '바꿔야 산다'는 슬로건을 들고서 "원내 1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선거운동 초반 부산·경남(PK)와 충청권 지역 여론조사에서 일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분위기도 고무됐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못살겠다 갈아보자' '바꿔야 산다'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했다. 이날 통합당이 '폭주냐, 견제냐'로 슬로건을 바꾼 건 최근 일부 후보들의 '막말 논란' 등으로 지지율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 접전지가 많은 수도권 지역구 중 상당수가 흔들릴 것으로 분석되면서 1당은 커녕 민주당에 과반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현재 국면에선 '심판론'이 아닌 '견제론'이 더 유권자들에게 소구할 것이란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게 통합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세에 몰린 통합당은 지난 10일부터 태도를 바꿔 '읍소 전략'을 펴고 있다. 12일엔 '대국민 호소문'도 냈다. 호소문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도 잘한 것 없단 걸 안다. 하지만 견제 못 받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미워도 도와달라'는 것이다. 통합당은 호소문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법부와 언론이 이미 정권에 편향됐다. 국회마저 균형을 잃는다면 위기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의 '낮은 자세'가 중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른바 '샤이보수'로 일컬어지는 무당층이 많다면 선거에서 '언더독 효과(약세 후보가 유권자들의 동정을 받아 지지도가 올라가는 경향)'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통합당 후보들이 선거 직전 불리해지자 일시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는 않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